2030 산업계 탄소감축 목표 14.5%→11.4%
에너지 전환, 원전·재생에너지 활용 1.5%p↑
“2027년까지 89조9000억원 예산 투입할 것”
환경단체 “업계 이해만 대변···기후대응 포기”

김상협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기 위한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줄여주고 대신 원전과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확대를 통한 감축 규모를 늘렸다. 기업 규제 완화와 원전 산업 강화를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가 반영됐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 중 하나인 산업 부문의 감축량을 줄이는 것은 탄소중립 방향과 역행하는 것이어서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21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통해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을 발표했다. 지난해 새로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처음 수립한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및 녹색성장 추진 의지와 정책 방향을 담은 청사진”이라고 설명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0월 발표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동일하다.
부문별 감축 목표는 조정했다. 산업 부문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규모는 2021년 발표 때 14.5%를 제시했으나 이번 발표에선 11.4%로 3.1%포인트(810만t) 축소됐다. 김상협 탄녹위 공동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산업 부문은 원료 수급 제한, 기술개발 지연 등 현실적 어려움과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의 특성, 수출 경쟁력을 고려해서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부문의 감축 규모는 44.4%에서 45.9%로 1.5%포인트(400만t) 늘었다. 정부는 “400만t 추가 감축은 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를 확대해 추진할 것”이라며 “차기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시 국내 여건을 감안해 세부 내용을 조정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기준 산업과 에너지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73%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비중이다.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고 원전 산업을 강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원전 발전 비중을 27.4%(2021년)에서 32.4%(2030년)로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7.5%에서 21.6%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화를 통한 균형잡힌 에너지 믹스”로 표현했다.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국제감축’ 부문도 강화한다. 온실가스 배출 국가들과의 민관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확대해 2021년 발표치보다 400만t 더 줄인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부문에서도 국내 탄소저장소를 확대하는 등으로 90만t을 추가 감축한다.
정부는 기본계획 달성을 위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89조9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54조6000억원이 쓰이며 기후적응 분야 19조4000억원, 녹색산업 성장에 6조5000억원이 지출된다.
정부는 여론 수렴을 거쳐 다음달 기본계획 최종안을 확정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2일 탄녹위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대국민 공청회를 연다. 청년(오는 24일)과 시민단체(오는 27일) 대상 현장토론회도 진행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과 핵산업계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며 감축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반기후·반환경 정부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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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산업부문 배출량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원 중 하나임에도 가장 적은 감축량을 할당받았던 것”이라며 “국제 동향을 고려해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산업 부문 감축량이 상향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시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노후 원전을 무리하게 계속 가동하고 처리 방법이 없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발생시키겠다는 계획이 기후위기 대응 기조일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