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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리면’ 후폭풍

입력 2023.03.21 20:48

수정 2023.03.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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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국무부가 20일(현지시간)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언급했다. 이 논란에 대한 한국 정부·여당의 대응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 사례로 적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뉴욕 방문 때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난 직후 “외국 입법기관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MBC가 보도”하자 정부에서 “해당 보도가 핵심 해외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훼손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언급”했고, 여당 의원이 언론사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MBC의 전용기 탑승이 금지된 사실까지 조목조목 지적했다. 민주국가로서 낯부끄러운 일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 측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MBC가 보도한 것처럼 ‘바이든이 쪽팔려서’인지 아니면 대통령실 해명처럼 ‘(국회가) 날리면 쪽팔려서’인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대국은 대놓고 뒤끝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실언하는 ‘핫 마이크’(hot mic)로 국가 정상이 곤욕을 치르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바이든은 지난해 기자를 ‘멍청한 개자식’이라고 뒷담화했다가 들켜 사과했고,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거짓말쟁이”라 했다가 외교갈등으로 비화해 진땀을 뺐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도 사소한 소동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주요 동맹국이 언론탄압으로 비판할 만큼 사태를 키운 것은, ‘쪽팔려서’의 주체가 결코 바이든이어선 안 된다는 강박에 빠진 정부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공공의 토론을 제한하고 개인과 언론의 표현을 검열하는 데 명예훼손법을 사용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발언으로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벌금형을 받은 사례, 김건희 여사를 비방한 유튜브 채널이 압수수색당한 사례까지 꼽았다. 연례 보고서의 단골 이슈였던 공무원 부패 문제 등을 제치고 언론·표현의 자유가 화두가 된 것은, 검찰 출신이 요직을 차지한 정부가 ‘법치’를 참칭하며 법을 정치무기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후퇴로 미 인권보고서에 언급되는 망신은 올해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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