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모법 취지에 어긋나…입법 취지에 맞도록 재개정해야”
한동훈 “국민 피해 막는 게 법무장관…탄핵 발의 땐 당당히 대응”
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유효하다고 결정하면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이 모법 취지에 반한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게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 수사권 침해는 중대한 문제라며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주도했지만 정작 헌재는 개정법으로 한 장관 권한은 침해되는 게 없다고 판단했다.
한 장관과 검사 6명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지난 23일 헌재 결정문을 보면,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 5명(법정의견)과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공통적으로 ‘개정법의 내용은 검사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헌재 판단으로 인해 지난해 검찰 수사권 축소법 시행을 앞두고 법무부가 개정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모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된다. 법무부는 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넓혔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뿐 아니라 개정법 전에도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마약유통과 조직 범죄까지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헌재가 이번 결정에서 수사권은 검찰에 독점적으로 부여된 게 아니며, 따라서 입법으로 주체와 행사 방법을 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과도 맞지 않는다.
헌재는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주도한 한 장관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당초 법조계에서는 한 장관이 청구를 할 수 있는지가 논란거리였다. 한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밝혀오기도 했다. 검찰은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사지휘를 하지는 않지만 형사사법절차에 대한 ‘책임’을 종국적으로 진다면서 ‘책임자로서의 지위’와 ‘수사절차 감독·통제권’이 개정법 때문에 침해됐다는 논리를 구성했다. 헌재 결정에서는 이 논리도 깨졌다. 헌재는 법무부 장관이 정부조직법 등에 따라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등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고는 인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개정법이 그러한 권한에 대한 것이 아니고, 법무부 장관은 직접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지도 않아 개정법과 관련성이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24일 논평을 내고 “궤변에 근거한 심판 청구로 혼란을 야기한 한 장관의 책임은 간과하기 어렵다”며 “헌법과 국회를 존중해야 할 행정부의 일원임에도 입법부에 반발한 이번 심판 청구와 모법 취지를 보란 듯이 훼손한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입법 취지에 맞도록 시행령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과 법무부는 더 이상 검사 수사권이 헌법적 권한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 장관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한 장관은 이날 내놓은 입장에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내용의 법이 만들어졌을 때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책무”라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작년부터 제가 그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버릇처럼 저에 대한 탄핵을 말해왔지만, 탄핵이 발의되면 당당히 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