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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빈 벌통’···양봉 농가 ‘꿀벌 구하기’ 어찌하오리까

입력 2023.03.27 13:58

전북 양봉 농가 1723가구 중 1078 가구서 피해

벌통 24만개 중 11만8000개 피해 ‘23억 마리 실종’

농가 “밀원수 조성 및 양봉농가 자립 지원 필요”

전북 완주군에서 양봉하는 박솔근씨 양봉장에  꿀벌이 사라진 벌통이 놓여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완주군에서 양봉하는 박솔근씨 양봉장에 꿀벌이 사라진 벌통이 놓여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꿀벌 집단 폐사로 전북지역 양봉 농가들이 ‘꿀벌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딸기·참외·수박 등에 꽃가루를 옮기며 수분을 돕는 꿀벌 감소 현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꿀 채집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양봉마저 불투명해졌다. 농가에서는 꿀벌 입식 자금 지원 등 생계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도내 양봉 농가의 피해를 조사(양봉산업법 제13조에 따라 등록한 농가)한 결과 1723가구 중 1078가구에서 피해가 접수됐다. 피해를 본 벌통(군)은 24만개 중 11만8000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벌통 1개에 꿀벌이 평균 2만 마리 정도 산다고 볼 때 약 23억 마리가 사라진 셈이다.

진안에서 35년째 양봉을 하는 박병옥씨(78)는 양봉장에 수북하게 쌓인 빈 벌통을 보면 속이 타들어 간다. 기르던 꿀벌이 이상 기후로 폐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추워진 날씨에 밖으로 나간 꿀벌이 저체온으로 죽거나 벌통으로 복귀하지 않으면서 벌통 속 벌은 평소 3분의 1 수준도 못 미쳤다. 꿀 생산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응애 피해로 상당수도 폐사했다.

응애는 진드기 종류의 기생충으로 어린 벌을 기형으로 만들고 성충 벌을 약화해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등 꿀벌의 천적이다. 박씨가 피해를 본 벌통은 400개 벌통(군) 중 270개에 달한다. 1통당 30만원으로 계산해도 피해액은 8100만원에 이른다.

박씨는 “지난해에는 큰 피해가 없어 벌에 특별히 신경을 썼지만 당황스럽게 대부분 폐사해 피해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꿀벌 폐사 원인을 찾고 장기적으로 개체 수를 유지할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시 김종화씨 양봉장에 꿀벌이 사라진 빈 벌통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김제시 김종화씨 양봉장에 꿀벌이 사라진 빈 벌통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벌통값 폭등은 농가도 힘들게 하고 있다. 25만∼30만원대이던 벌통 1개 가격은 지난해 꿀벌 집단 실종 사건 이후 50만원까지 올랐다. 부안에서 30년째 양봉업을 하는 김종복씨(68)는 “일부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구할 수 없어 난리”라고 말했다.

꿀벌 실종사건이 장기화하면서 근본대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종화 한국양봉협회 전북지회장은 “기후변화 지표생물인 꿀벌의 급감은 농작물 생산 감소로 이어져 농업 분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꿀벌 실종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밀원수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하며 양봉 농가의 자립을 도울 직·간접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이에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도내 양봉 농가의 경영 안전을 도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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