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장관, 정책점검회의에서 지시
노동계 “강력 단속 지시는 책임회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사업장 청년 근로자·인사담당자 의견 청취’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의 근로시간 위반, 연차휴가·육아휴직 사용 방해 등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의견 수렴 과정에서 포괄임금제로 인한 ‘공짜노동’, 법정휴가조차 쓸 수 없는 현실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책점검회의에서 “의식·관행의 개선이 동반돼야만 (근로시간) 제도개선의 취지가 살 수 있다”며 “법이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통해 산업 현장에 법치를 확립하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우선 온라인신고센터에 접수된 근로시간 사건 감독을 하고, 이른 시일 내 전방위적인 장시간 근로감독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모든 정기·수시감독 시 근로시간 실태를 파악하고, 포괄임금·고정수당 기획감독을 통해 실효성 있는 보완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노동부는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방안뿐 아니라 포괄임금제를 제한하는 입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장관은 “출산휴가, 육아휴직 관련 현행 제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노동약자들이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있는 제도가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독을 강화하고, 현장 실태 조사를 통해 노동자 권리행사 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이번 주에도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현장 의견수렴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동부는 “지난주 청년에 이어 이번 주부터는 중소기업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 중장년 세대 중심으로 지속해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 장관이 할 일은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이 섣부른 정책이었다는 점을 시인하고 폐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강력한 단속·감독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근본적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라며 “‘주 52시간제’가 정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 근간을 흔들려는 정책을 낸 것은 누구인가? 일선 담당자들에게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지시하는 것은 책임회피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당연히 해야 할 노동부의 역할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대단한 결심이나 한 것처럼 말하는 장관의 발언은 그간 노동부가 사업장의 불법을 제대로 감독하고 처벌하지 않았다는 양심고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에 이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하면서도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배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