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들쑤셔 52주 신저가” “모두가 공범”…혼란스런 KT 주총읽음

이재덕 기자

“여권에서 들쑤셔서 52주 신저가가 말이 되느냐” “모두 공범인데 그만둬라”….

31일 오전 서울 서초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정기주주총회. 주총 내내 안건이 올라오고 통과될 때마다 박수와 고함, 욕설까지 뒤섞였다. 지난해 역대 최고실적을 냈음에도 혼란 속에 치러진 주총은 정권이 바뀌자 휘둘린 KT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구현모 대표이사의 자진 사퇴로 대표직무 대행을 맡게 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주총장에 들어서자 고성과 비속어가 터져나왔다.

박 사장은 위기 상황에 사과하고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지배구조를 수립하고 정상 경영 상태가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주총장 뒷자리에서 ‘비리연루 경영진 퇴진’ 피켓을 든 KT민주동지회 소속 주주들은 “양심 있으면 그만둬라, 이사들 모두 공범 아니냐”고 소리쳤다.

박 사장은 소란이 계속되자 “보고를 마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KT전국민주동지회 측은 기관투자자 및 주주들이 발언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원된 직원들 손 들고 무슨 얘기를 하려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주주는 “KT가 정부 외압으로 이런 사태를 맞은 것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을 운영하는 배모씨도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대표 후보 사퇴를 두고 “회사 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당당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주총장에서 “KT 경영진들의 이권 카르텔은 분명 문제”라면서도 “그 대안이 (정치권) 낙하산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31일 오전 KT 주주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KT 주주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주총장에서는 차기 대표 선임을 둘러싼 2개월여 갈등 속에 급락한 KT 주가를 끌어올려야 달라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소액주주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늘릴 것을 경영진에 요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소액주주는 “정치권에서 KT를 들쑤시고 있다”며 “멀쩡했던 주가가 52주 신저가(1년 중 가장 낮은 수준) 기록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비판했다.

지난 1월 3만6000원대였던 KT 주가는 대표이사 및 후보 사퇴 등이 이어지며 이날 2만9300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개장 직후에는 2만885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우자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날 주총은 사외이사인 강충구 고려대 교수(KT이사회 의장),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 3인의 사외이사 재선임 여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주총 직전 이들이 사외이사 후보에서 동반 사퇴하면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당초 KT는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를 포함해 이사 7명을 선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선임에 나선 구 대표이사는 여권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의 압력으로 물러났고, 뒤를 이은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자도 끝내 사퇴했다. 이들이 추천한 사내이사는 무효가 됐고, 사외이사들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결국 이날 안건 8개 안건 중 4개가 자동 폐기되면서 주총은 45분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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