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뒤 그룹 회장 첫 기소
민주노총 “법원은 삼표 회장 엄벌해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가 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중대해재전문가넷 제공
검찰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에 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중대재해법 본래 취지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지도록 정확하게 기소를 했다는 것이다.
앞서 의정부지검은 지난해 1월 노동자 3명이 사망한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지난달 31일 재판에 넘겼다. 그룹 회장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검찰의) 이러한 해석이 관행으로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법 제정 당시부터 계속돼온 경영책임자 정의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14개 전문가·연구자 단체와 개인 회원 130명으로 구성된 노동안전보건 단체다.
양주 채석장 사고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인 지난해 1월29일 발생했다. 중대재해법 위반 1호 사고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판단해 기소했다. 대표이사는 중대재해법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검찰이 ‘실질적, 최종적 권한’을 행사한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기에 향후 검찰의 경영책임자 수사와 기소에 있어 의미가 상당하다”며 “이러한 정확한 기소가 이뤄져야만 중대재해법의 당초 취지인 경영상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중대재해 사건 수사에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지난해 1월 삼표산업에서 중대재해사건이 발생한 후 수사결과가 나오기까지 무려 1년 2개월이라는 기간이 걸렸다”며 “사건처리기간을 3개월로 정하고 있는 수사규칙상의 기준과 비교해볼 때 삼표산업을 비롯한 중대산업재해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삼표산업의 실질적 경영책임자가 정도원 회장으로 밝혀진 이상 법원은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전문경영인,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갔던 재벌 대기업의 행태를 어떻게 엄단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첫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해 4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