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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내건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생수 페트병 수만개?

입력 2023.04.03 13:49

수정 2023.04.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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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미숙 등 아쉬움 가득

2023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마스터즈 하프코스 위에 생수와 이온음료 페트병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독자 제공

2023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마스터즈 하프코스 위에 생수와 이온음료 페트병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독자 제공

친환경을 앞세워 4년 만에 열린 ‘2023 대구국제마라톤 대회’에 생수 페트병이 대거 등장했다. 일부 구간에는 아예 급수대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교통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운영상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

3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지역 한 생수업체로부터 500㎖짜리 생수 페트병 5만개를 협찬받았다. 대구시는 이를 국내외 선수가 출전하는 엘리트 풀코스와 동호인 위주의 건강달리기(4.6㎞)를 제외한 마스터즈 하프 및 10㎞ 코스 곳곳에 비치했다.

마라톤 주최 측은 대회 특성상 참가자들이 달리면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통상 물이나 이온음료를 종이컵에 소량씩 담아 준비한다. 하지만 이날은 수백개 플라스틱 생수통이 급수대에 올라 지급됐다.

실제 하프코스에 출전한 동호인들은 첫번째 급수대인 수성구 황금네거리 인근 5㎞ 지점부터 곤혹스러워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생수병을 열고 물을 한두모금 마시고는 길가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1차례(5㎞) 급수가 이뤄진 10㎞ 코스에서는 생수가 종이컵에 담겨 배급됐다.

대구시가 올해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기념 티셔츠의 모습.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시가 올해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기념 티셔츠의 모습.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각종 마라톤 대회에 10여차례 나갔다는 한 직장인은 “생수병째로 급수대에 놓인 건 이번에 처음 봤다”면서 “마시기도 힘들고 낭비도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달리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라톤대회를 국제적 흐름에 맞춰 저탄소 운동에 동참하는 ‘친환경 대회’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에 맞춰 버려진 페트병를 재활용해 친환경 소재로 만든 기념 티셔츠를 나눠주고 종이로 만든 응원도구를 시민 응원단에게 제공하는 등의노력을 기울였다고 대구시는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행사 당일 급수대 주변에는 플라스틱 생수병이 나뒹굴었다.

마라톤 동호인들이 출전하는 마스터즈 하프코스(21.0975㎞)에는 통상 5㎞ 지점마다 물 또는 영양보충을 할 수 있도록 급수대가 마련된다. 급수대 사이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물스펀지가 제공된다.

하지만 이날 대회에는 20㎞ 등 주요지점에 급수대가 놓여 있지 않았다. 예고된 지점보다 앞서 영양보충대가 놓이기도 했다. 엘리트 풀코스에 출전한 선수들의 전용 물병을 하프코스 구간에 올려두는 실수도 목격됐다.

2023대구국제마라톤대회 전체코스. 부문별 코스와 급수 위치 등이 표시돼 있지만, 실제와 다른 부분이 여럿 확인됐다. 대구시 제공

2023대구국제마라톤대회 전체코스. 부문별 코스와 급수 위치 등이 표시돼 있지만, 실제와 다른 부분이 여럿 확인됐다. 대구시 제공

전체 참가자 가운데 중·후반 대열에 있었다는 이모씨(33)는 “레이스 후반부인 15㎞ 지점 급수대에서는 이미 버려진 물병을 정리 중이었다. 20㎞ 지점에서는 아예 급수대가 없어 물을 못 마셨다”고 말했다. 다른 상당수 참가자들도 “제때 물을 마시지 못해 탈수증상을 겪어 위험할 뻔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행사에서는 종이컵에 물을 담아 올려뒀다고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예정과 달리) 20㎞ 등 일부 급수대를 설치하지 않아 참가자들에게 불편을 준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교통통제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회 당일 마라톤 코스지점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일대와 도심 곳곳은 오전 5시부터 낮 12시까지 순차적으로 통제됐다. 시내버스 64개 노선이 우회 운행했고, 일부 통제구간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차량과 행인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회 참가자와 통제를 뚫고 길을 건너던 행인이 부딪힐 뻔한 아찔한 장면도 여럿 확인됐다.

대구시 홈페이지에는 이날 행사와 관련한 불만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시민은 “(대회 코스에 배치된) 교통경찰이 구간 통제시간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코스를 우회하기 위해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안내를 못해서 교통혼잡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끝난 후 대구시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비판글. 대구시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끝난 후 대구시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비판글. 대구시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올해 세계육상경기연맹(WA)가 인증하는 ‘골드라벨’ 대회로 승격됐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등급의 대회이다. 대구 도심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문 마라토너 184명과 마라톤 동호인 1만5123명이 참가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마라톤 코스 주변에서는 80개팀 2316명이 거리 응원과 공연에 나서 참가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풍물놀이를 비롯해 거리패션쇼까지 벌어지는 등 이색적이고 활기찬 응원에 다른 지역에서 참가한 상당수 마라토너는 “많은 시민이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줘서 감동적이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운영상의 일부 오점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시민의식만은 합격점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시는 대회 규모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2일 대회가 끝난 후 “우승 상금을 대폭 올려 우수한 선수를 더 많이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대회 코스와 상금 등을 재검토해 내년부터는 세계육상도시에 걸맞는 수준의 대회를 치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대규모 행사를 치르다보니 여러 문제점이 확인된 것 같다”며 “문제가 된 부분들을 전반적으로 살펴서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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