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청년, 노인, 여성, 프리랜서 등 연금 약자와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개혁에 담기 위한 노동·시민단체 연대모임이 출범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대신 가입기간을 늘리는 실질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미래세대·일하는시민의 연금유니온’(연금유니온)은 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연금유니온은 (준)프리랜서협회,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유니온센터·일하는시민연구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후희망유니온 등 6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됐다.
연금유니온은 이날 출범선언문에서 현 연금 체계에 관해 “보장성에 있어서는 노동시장 주변부에 있는 불안정 취업자, 여성 등 연금 약자의 노후소득보장이 소홀했고, 지속가능성에 있어서도 현세대 편향의 논리로 미래세대의 과중한 부담을 방치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유니온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와 노동의 주변부에서 일하고 있는 시민의 눈으로 연금을 개혁하려 한다”고 밝혔다.
흔히 연금개혁 논의에서 ‘재정안정화’와 ‘보장성 강화’는 대립하는 견해로 간주한다. 재정안정화를 중시하는 쪽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거나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장성 강화를 중시하는 쪽은 소득대체율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오건호 연금유니온 정책위원장(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재정안정화’vs‘보장성 강화’라는 논쟁 구도는 국민연금 제도만을 기준으로 바라본 연금개혁 지형”이라며 “이러한 협소한 시야로는 공적연금의 보장성도 지속가능성도 균형 있게 설계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논쟁 구도를 넘어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를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만 무작정 올려 보장성을 확보하는 방안 대신, 이미 있는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제도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저소득 노인은 기초연금과 일부 국민연금 수령액으로, 중간계층 이상의 노인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은 현재와 같이 2028년 기준 40%를 유지하고, 대신 ‘실질 소득대체율’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현 국민연금 구조상 명목 소득대체율은 42.5%(2028년엔 40% 도달)이지만, 이는 가입기간 40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실제 연금 가입기간은 평균 18.7년으로 짧아 실질 소득대체율은 2020년 기준 22.4%에 그친다. 이에 연금유니온은 출산·군복무·실업 크레딧을 활용하고 현재 만 60세 미만으로 한정된 의무가입연령을 수급개시연령까지 상향하는 등 가입기간을 늘려 현 소득대체율 40% 체계에서도 실제 받는 급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정책위원장은 “명목 소득대체율을 (현 40% 수준에서) 50%로 올리면 소득이 높고 가입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연금 증가율이 높다”며 “소득과 가입기간의 차이는 노동시장에서의 객관적 지위에 따라 정해지는데, 평균 소득자 기준으로는 40년을 다 가입한다 해도 인상액이 10만원을 살짝 넘는 수준이라 연금약자 개선에 큰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저소득 노인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선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일률적으로 3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소득 기준에 따라 최대 50만원까지 차등을 둬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을 최저보장소득으로 전환해 빈곤 노인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의 대상이 아닌 중간계층 이상의 노인은 퇴직연금을 1년 미만 노동자도 의무 가입하도록 적용하고, 중도 인출을 엄격히 제한해 납입액이 쌓여 연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을 위해선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30년까지 12%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절반은 국가가 지원해 노사, 지역가입자, 정부가 각각 1.5%를 담당하는 책임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