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공연장에서···정부의 ‘토끼몰이식’ 미등록 이주민 단속, 괜찮나

강연주 기자    이보라 기자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반인권적 합동단속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도현 기자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반인권적 합동단속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도현 기자

최근 출입국 당국이 태국 가수의 내한 공연장과 예배가 진행 중인 교회 등을 급습해 미등록 외국인들을 대거 검거하는 일이 이어지자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마구잡이식 단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새벽 태국 가수 ‘암 추띠마’의 내한공연이 열린 인천의 한 클럽을 점거해 태국 출신 미등록 이주민 83명을 체포했다. 법무부는 암 추띠마가 한국 입국 사유에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 라고 기재한 것을 보고 검거에 나섰다고 한다. 자신의 콘서트로 태국인 수십명이 체포된 것을 목격한 암 추띠마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글을 올리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두 차례 더 계획했던 콘서트는 무산됐다.

정부의 ‘공연장 습격’을 두고 ‘법을 위반했으니 당연한 처사’라는 의견과 ‘도의적인 선을 넘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비판은 대개 “국내 태국인 미등록 이주민 수가 수만명이 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상설 단속도 아니고 태국인 공연에 갑자기 개입해 검거한 것은 비겁한 것 아니냐” “미등록 이주민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속을 이유로 타국의 문화 공연 현장을 망가뜨린 행정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법무부는 적법 절차에 따라 검거가 이뤄졌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3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 절차에 따라 단속을 실시했다”며 “단속 장소는 외국인 전용 클럽인 유흥주점으로 심야에 주로 불법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1회성 행사를 축제, 공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 권도현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 권도현 기자

시민단체는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대응 기조가 올 들어 부쩍 강화됐고, 검거에 급급한 나머지 선을 넘은 단속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에서는 경찰이 지난달 12일 이주민 교회를 급습해 예배를 보고 있던 필리핀 미등록 이주민 9명을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예배자를 연행하는 행위는 형법상 예배방해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구경찰청장은 재발 방지와 함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기조라면 유사 사례가 재발할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검거된 미등록 이주민은 8900여명에 달한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들이 출입국 관리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문화행사나 종교행사를 기화로 단속에 나서는 행위는 결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런 식의 토끼몰이식 단속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클 뿐더러, 해당 국가와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올해 초 미등록 이주민들의 수를 줄이겠다고 하는 등 정부의 ‘이주민 정책 강화’ 기조에 따라 무리한 단속 사례가 나왔다고 본다”면서 “문화·종교 현장에서의 검거를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미등록 이주민들이 기피 산업의 주요한 노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강제 추방할 수 없다”며 “외국인들의 체류 자격을 재정비해서 이들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불법체류 증가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와 국민적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단속만 아니라 외국인 불법고용 방지 및 자진출국 유도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불법체류 감축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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