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꿀벌 실종에 관한 기사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작년 3월에는 꿀벌이 70억마리 이상 사라졌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고, 올해에도 꿀벌 실종이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하면 매우 많은 양을 볼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양봉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들도 많다.
꿀벌이 줄어도 큰 피해 없다는 정부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우리 동네에서도 양봉농가의 72%가 피해를 입었고, 개체수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는 농가도 나왔다. 꿀벌의 수가 줄어들면서 과채류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꽃가루를 매개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2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양봉 꿀벌 개체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정부는 피해의 조기 회복과 재발 방지에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농식품부는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방제 적기인 7월에 방제에 미흡했던 것이 주원인이었다”며 “일각에서 피해 원인으로 추정하는 기후변화는 이번 꿀벌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자연 생태계에서는 양봉 꿀벌이 아닌 나비, 야생벌 등에 의한 화분 매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꿀벌 피해로 인한 꿀벌의 개체 감소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벌집군집붕괴현상(CCD)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2017년부터 유엔은 매년 5월20일을 ‘세계 꿀벌의날’로 지정하고 꿀벌의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식량의 90%에 해당하는 약 100종의 농작물 중 71%가량의 화분을 벌이 매개한다고 분석하면서 나비, 나방, 파리도 화분을 매개하지만 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꿀벌의 감소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도 국제기구들이 호들갑을 피우는 것일까?
꿀벌의 개체수가 줄어든 이유는 바이러스인 응애만이 아니라 이상기온으로 벌의 면역력이 떨어진 점, 심한 한파와 일교차, 벌에게 치명적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의 감소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여러 이유들의 공통된 원인은 지구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이다.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으나 간접적인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 연관성을 부인하는 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려는 현 정부의 입장 탓이 크다.
지난 3월21일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애초보다 후퇴했고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지도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실시되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적절하지 않거나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 감축효과가 불확실한 사업들을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을 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정부의 계획이나 구체적인 사업이 매우 부족하거나 불성실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꿀벌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꿀벌 실종이 아니라 꿀벌 집단폐사
정확하게 표현하면, 꿀벌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 죽임을 당하거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니 실종이란 표현은 틀린 것인데, 그렇게 표현하니 마치 때가 되면 돌아올 것 같고 인간의 책임은 없는 것처럼 들린다. 더구나 실종이라고 하니 그것에 대한 대처도 다분히 인간중심적이고 산업적인 방식으로 제시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온도와 습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스마트 벌통을 개발하고 응애에 강한 슈퍼 꿀벌을 보급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위기를 맞이해서도 우리는 생명을 도구적으로 다루는 방법만 찾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꿀벌이 사라져도 우리는 끄떡없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실질적인 대책이다. 지난 2일 우리 지역에 산불이 크게 나서 진화에 투입된 헬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서 산불 소식이 들렸고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도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이것도 기후위기와 연관이 없다고 할 텐가? 땅에 머리를 박고 눈을 감는다고 위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생명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