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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도 이제 혼외관계서 태어난 자녀 출생신고 할 수 있다

입력 2023.04.04 10:03

수정 2023.04.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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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자 출생신고 생모 제한 조항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는 생모만 할 수 있다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 등이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어머니’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혼인 외 생부는 ‘생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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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들은 기혼 여성과의 관계에서 아이를 가진 아버지들과 그 아이들이다. 청구인들은 아이들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침해당했고, 이로 인해 아버지의 양육권과 가족생활의 자유, 평등권 등도 보장받지 못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 중엔 2015년에 태어나 무려 8년간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채 살아온 아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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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가족관계등록법 해당 조항이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우선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기본권임을 명확히 했다. 헌재는 “출생등록은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는 첫 단계이자 인격을 형성해 나아가는 전제”라며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최대한 이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라고 판시했다.

이어 현행법은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해당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법에 따르면 유부녀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을 때, 이 아이의 출생신고는 생모와 그 남편이 해야 한다. 하지만 헌재는 혼외자를 낳은 여성은 남편에게 들킬까 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수 있으며, 혼외자인 것을 알고도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혼외자가) 사회보험, 사회보장 수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주민등록이나 신분확인이 필요한 거래를 하기도 어렵고, 상대적으로 학대당하거나 유기되기 쉽고,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내고 “우리나라는 아동의 출생신고 의무를 일차적으로 부모에게만 부담시키고 있어 부모의 자발적 신고가 없으면 아동의 출생을 국가가 인지하기 어렵다”면서 “이로 인해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부모에 의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아동의 출생에 관여한 의료기관에 의해 출생사실이 통보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평등권이 침해된다는 생부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어머니는 출산으로 인해 출생자와 혈연관계가 형성되지만, 생부는 출생자와의 혈연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만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의무를 부과한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헌재 결정은 혼외자의 출생등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은 2020년 미혼부의 출생신고권을 인정하면서 아동이라면 누구나 ‘출생등록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헌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의 출생등록 권리를 침해한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본 것이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와 굿네이버스는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는 이번 판결을 통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모든 아동에게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자유권과 사회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독자적 기본권임을 헌재 결정 사상 최초로 선언했다”며 환영했다.

“출생신고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라는 말이 맞게 됐다”

청구인 중 한 명인 김지환씨(45)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 토론회나 정부에 얘기를 할 때 항상 ‘출생신고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지 부모가 아니다’라고 말해왔는데, 제가 말해온 것이 아이들에게 맞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이어 “부모는 서류 작성 대행을 해주는 사람일 뿐이고, 출생등록으로 국격을 취득하는 아이가 주인공이지 않냐”면서 “출생등록권은 아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기본권”이라고 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이 즉각 효력을 잃지는 않는다. 헌재는 단순위헌으로 해당 조항을 없애면 혼외자의 출생을 신고할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고 보고 2025년 5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김씨는 “지금까진 발생한 일을 갖고 법을 만들었다면 앞으론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서 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han.kr · 강은 기자 ee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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