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에 떠 있는 ‘마린스타덴’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점차 상승하면 ‘수상 마을’을 건설하는 것은 어떨까. 스웨덴은 작은 규모로 이미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달 15일 스웨덴 나까에 있는 ‘마린스타덴(스웨덴어로 해양 도시)’ 수상 마을을 찾았다. 마린스타덴은 선착장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는 스웨덴 기업 SF마리나사가 건설했다. 이 회사는 스웨덴의 세계적인 4인조 혼성 팝 그룹 ‘아바’의 멤버 비욘 울바우스가 소유한 수상 호텔 ‘슬로트솔멘’을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상마을의 기반은 8m 폭의 ‘폰툰(아래가 평평한 수상 플랫폼)’이다. 체인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폰툰 위에 50여 가구가 산다. 폰툰 바깥쪽으로는 수도·전기 등이 들어가는 파이프가 연결돼 있다.
마을에 있는 집은 모두 2층이다. 폰툰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지어야 하므로 더 높이기는 어렵다. 물론 자동차 등이 올라올 수 있도록 ‘여분’을 남겨둔다. 집이 지어진 상태에서도 1㎡당 500㎏을 더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피터 산테손 SF 마리나 동남아시아 담당은 “구급차, 소방차가 와도 무게는 문제가 없으나, 도로의 너비가 문제”라고 말했다. .
집과 폰툰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보트로 끌면 물 위에서 움직인다. 만들어진 곳도 지금의 위치가 아니다. 피터 산테손은 “다른 곳에서 지어서 견인해 가져온 뒤, 도킹해 전력과 수도를 연결했다”라고 설명했다.
SF마리나사는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2~3m가 상승해도 마을은 물 위에 떠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수상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파도가 심하지 않은 곳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주자가 멀미를 할 수 있다.
SF마리나는 태풍을 만나도 집과 폰툰은 안전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피터 산테손은 “최대 적재량까지 실어도 물 위로 30㎝ 이상 떠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연구 결과 부유식 호텔은 태풍이 와도 1도 정도 기운다”고 설명했다.
수상마을이 기후위기에 대한 완벽한 대비책은 아니다. 되려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을 쓰다 오히려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오적응’이 일어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평가한다. ‘수상 마을을 짓기 위해 자원을 많이 쓰면 되레 기후 위기가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SF마리나 측은 “땅을 ‘매립’하는 것과 비교하면 폰툰은 친환경적”이라며 “폰툰 아래에서 해조류가 상당히 많이 자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