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적발된 것만 최소 세 번 이상

최서은 기자
2021년 5월3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유럽 정치인 감청 의혹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1년 5월3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유럽 정치인 감청 의혹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온라인에 대량 유포된 미군의 기밀 문건에 미국 정부가 한국 등 일부 동맹국들을 광범위하게 도감청 해온 사실이 담겨있다고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동맹국들에게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일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사실이 적발돼 큰 논란을 부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민간인 사찰 프로그램인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미국이 동맹국까지 감시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후 미국은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당시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2002년부터 10년 넘게 도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관계가 어색해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동맹국 정상들을 상대로 더 이상 도감청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도 미국이 유럽 고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도청을 멈추지 않은 사실이 2021년 5월 덴마크 언론의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보도를 보면 NSA는 2012~2014년 미국과 덴마크 방위정보국의 협력 관계를 이용해 덴마크를 지나가는 해저 통신케이블을 통해 유럽 정치인들의 통화와 인터넷 정보 등에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NSA의 감청 대상에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 등의 정치인들이 포함됐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동맹국 사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뒤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EU와의 관계를 빠르게 복원해 나가던 미국은 또 한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언론의 보도가 나온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불과 1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스노든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2013년 동맹국 감청 의혹이 제기될 당시에도 부통령이었다”면서 그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은 “미국은 해외 감시(정보수집)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을 2014년 이후 전면 재검토 했다”면서 “우리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적절한 국가안보 채널들을 통해 동맹국들과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의 내부 논의 내용을 감청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2014년 이후 해외 정보수집 방식을 전면 재검토했다는 미국의 공언은 또 다시 신뢰를 잃게 됐다.

이외에도 2016년 위키리크스는 2008년 미 NSA가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메르켈 총리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2015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핵 협상에 반기를 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고위급 인사들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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