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인 듯, 우유 아닌 ‘대체유’ 인기가 불러온 ‘밀크 논쟁’

노도현 기자

아몬드·귀리 등으로 만든 대체유

우유 한 방울도 안 들어가지만

이름에 ‘우유’ ‘밀크’ 표현 논란

아몬드, 귀리 등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유 제품들이 지난해 12월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아몬드, 귀리 등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유 제품들이 지난해 12월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우유 대신 선택하세요.”

1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유제품 코너. 치즈와 우유가 들어찬 진열 냉장고 한편을 당당히 차지한 ‘식물성 대체유(乳)’가 눈에 띄었다. 소젖이 아닌 아몬드와 귀리로 만든 대체유 제품들은 저당, 환경 등 저마다의 세일즈 포인트를 어필하고 있었다.

카페라떼 등에 우유를 대체유로 바꿀 수 있는 선택지를 추가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유 시장 규모는 2021년 6942억원으로 4년 전보다 23% 성장했다. 2026년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체유 인기가 높아지면서 적정 표현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쟁점은 소젖인 ‘우유’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에 우유, 밀크 같은 표현을 써도 되느냐다.

최근 대체유를 생산·판매하거나 메뉴로 취급하는 업체들은 ‘오트 밀크’ ‘아몬드 밀크’처럼 그간 사용해온 표현들을 수정했다. 스타벅스는 우유 대신 고를 수 있는 오트 밀크를 그냥 ‘오트’라고 바꿨다. 밀크라는 표현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가장 강력하게 표현 수정을 요구하는 쪽은 우유업계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식물성 ‘대체음료’의 잘못된 명칭 표기가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시장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며 “실제 원유가 함유돼 있지 않은 대체음료는 우유가 아닌 ‘음료’로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원회는 대체음료와 우유는 영양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대체음료는 식물에서 추출한 원액에 물을 섞고 영양소를 첨가한 반면 우유는 원유를 살균 또는 멸균 처리한 자연식품이라는 것이다.

우유인 듯, 우유 아닌 ‘대체유’ 인기가 불러온 ‘밀크 논쟁’

해외에서도 논란이 있다. 유럽연합(EU)은 2017년부터 대체유에 우유란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체유를 우유라고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관련 지침 초안을 내고 “소비자가 식물성 대체유에 우유가 들어있지 않다는 걸 알고 구매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FDA는 많은 소비자들이 우유와 대체유의 영양학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짚었다. ‘우유보다 적은 양의 비타민D와 칼슘 함유’와 같이 자발적인 영양 표시를 통해 우유와 어떻게 다른지 알릴 것을 권장했다.

수잔 메인 미국식품안전응용영양센터 소장은 보도자료에서 “우유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건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에 특히 중요하다. 보호자들은 식물성 대체품이 우유와 동일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유를 어떻게 표현할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산학관 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업계에 우유를 연상케하는 표현을 쓰지 말도록 안내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올 8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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