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한 장 한 장 넘기다 알게 되는 수수께끼

임지선 기자
[그림책]“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한 장 한 장 넘기다 알게 되는 수수께끼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빅터 D O 산토스 지음·안나 포를라티 그림·김서정 옮김
한빛에듀 | 48쪽 | 1만5000원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장난감보다, 강아지보다, 여러분이 아는 그 누구보다 오래전부터요.”

책은 1인칭 주인공이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던지면서 시작한다. 각 장에 그려진 그림은 수수께끼 정답에 대한 힌트를 말해준다. 시적인 글과 아름다운 비유가 담긴 그림을 보다보면 마지막 페이지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넨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있다.

[그림책]“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한 장 한 장 넘기다 알게 되는 수수께끼

‘수천 년 전부터 자란 뿌리’ ‘어디에나 있고’ ‘오늘도 봤을 거예요’ ‘아기였을 때는 잘 모르다가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알게 돼’ ‘아기 고양이처럼 부드러울 수도 있고, 겨울 칼바람처럼 날카로울 수도 있고’ 등 여러가지 설명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언어’로 귀결된다. ‘언어’라는 답을 알고 나면 그림이 다시 보인다. 오래된 사원에 휩싸인 뿌리 많은 거대한 나무와 아기부터 노인까지 사람의 일생을 그린 장면,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그린 장면들은 언어의 성격과 다양한 형태, 언어 습득과정 등을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세계의 언어를 그려놓은 장면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도 등장한다.

표지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간의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해 네 컷으로 나눈 그림은 언어와 인간에 대한 비유로 읽힌다. 인간은 머리로 언어를 생각하고, 눈을 통해 언어를 읽는다. 입을 통해 말을 하고 손과 몸으로 언어를 표현한다. 표지부터 수수께끼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책]“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한 장 한 장 넘기다 알게 되는 수수께끼

언어학자인 빅터 D O 산토스는 인간이 쌓은 세계 모든 문화와 언어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그 가치를 존중받고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세계에는 7168가지 언어가 있는데 2100년쯤이면 그중 적어도 절반이 사라진다고 한다. 언어 하나가 소멸되면, 문화 하나도 역시 소멸된다”면서 “세계 모든 언어, 쓰기 체계, 문화가 수놓은 아름다운 자수에 소박하게나마 이바지하는 바가 있기를 바라며 만들었다”고 했다. 책에 담긴 글과 그림에선 작가의 따스한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023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뷰티 앤 더 월드에 선정됐으며, 유네스코 2022~2032 세계 토착어 10년 선정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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