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현직 군인에 의해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가 미 전직 해군 부사관이 운영하는 친러시아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2차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밀문서를 최초 유출한 것에도,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시킨 것에도 모두 전·현직 미군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친러시아 소셜미디어 계정 ‘돈바스 데부쉬카’가 유출된 기밀문서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 계정의 관리자는 러시아인이 아니라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37세의 전직 미 해군 중사라고 보도했다.

‘돈바스 아가씨’라는 뜻의 돈바스 데부쉬카는 텔레그램을 비롯해 트위터, 유튜브, 스포티파이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영어권 최대 친러 소셜미디어 계정 중 하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며 돈바스 지역에 투입된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의 활동을 미화해 왔다. 이 채널은 와그너 그룹 등과 관련한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그 수익금을 “전선에 있는 우리 병사들”과 “돈바스의 자유”를 위해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돈바스 데부쉬카는 지난 5일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4건의 기밀문서를 6만5000여명의 팔로워에게 공개했고, 이후 몇몇 대형 러시아 SNS 계정이 이를 퍼나르며 미 국방부 조사로 이어졌다고 WSJ는 보도했다.

돈바스 데부쉬카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온 기밀문서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사상자 숫자 등 일부 내용이 조작되기도 했다. 당초 디스코드에 올라온 사진과 달리 러시아 측 손실을 축소하고 우크라이나 측 손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조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채널은 후속 게시물을 통해 이미지 조작 사실을 부인했다.

이 계정의 관리자는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37세의 전직 미 해군 중사 사라 빌스라고 WSJ은 전했다. 미 해군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빌스는 2020년 말 해군 내 수석 항공전자 기술자로 승진, 비밀 취급 인가를 가지고 있었다. 휘드베이 미 해군항공기지에서 근무하다가 한 계급 강등돼 지난해 11월 제대했다.

빌스는 돈바스 데부쉬카의 팟캐스트를 직접 진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비판했다. 그는 이 팟캐스트에서 약간의 러시아 억양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돈바스 루한스크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이런 주장과 달리 빌스가 미국 뉴저지 출신 미국인이라고 보도했다.

빌스는 WSJ의 인터뷰에서 돈바스 데부쉬카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기금을 모금한 점을 인정했다. 다만 자신은 이 계정을 운영하는 전 세계 15명의 관리자 중 한 명이며, 다른 운영자가 올린 기밀문서를 삭제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금한 돈을 돈바스 데부쉬카의 플랫폼 운영비로 사용했고 일부는 세르비아와 파키스탄 등의 자선단체에 보냈다면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군에 자금을 지원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돈바스 루한스크 출신이라는 팟캐스트 주장에 대해선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러시아 혈통을 일부 가지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우크라이나를 싫어하지 않으며, 동유럽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을 전쟁 범죄로 기소한 것이 “위선적”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빌스가 해군에서 복무하는 동안 기밀 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돈바스 데부쉬카와 관련한 인물들이 기밀 유출로 기소된 테세이라와 공모한 정황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미 해군은 빌스의 활동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3일 국방 정보의 미승인 보유 및 전송, 기밀문건의 미승인 보유 및 반출 등의 혐의로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102정보비행단 소속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테세이라는 지난해 말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디스코드 내 군사·무기 관련 채팅방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1급 기밀(TOP SECRET)’을 포함한 국방부 기밀 문서 수백여장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