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반기지만, 대학은 재정 걱정
“대학생 무상급식 수준 지원 검토해봐야”
![충남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제2학생회관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https://img.khan.co.kr/news/2023/04/19/news-p.v1.20230410.4e50bcc49fb849a7bab88f13ad603d34_P1.jpg)
충남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제2학생회관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지난 10일 오전 7시30분 충남대 제2학생회관에는 학생들이 1000원에 제공되는 아침밥을 먹기 위해 길게 줄서 있었다. 이날 이른바 ‘천원 아침밥’을 먹은 학생은 320명이다.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은 대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이 대학생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면서 남아도는 쌀 소비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침밥 한끼를 준비하기 위한 비용은 학생과 정부가 각각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학교가 부담한다.
충남대는 2016년부터 천원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평균 200~300여명이다.
천원 아침밥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학생들은 대체로 천원 아침밥을 반긴다. 영남권에서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한모씨(22)는 “요즘 물가가 비싸 식비를 줄이려고 아침밥을 굶는 친구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천원의 아침밥은 주변 친구들 반응이 좋다. 제도가 잘 정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제2학생회관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https://img.khan.co.kr/news/2023/04/19/news-p.v1.20230410.8635082cfb024b95b5f61ee8cda6d7eb_P1.jpg)
충남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제2학생회관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대학을 중심으로 볼멘 소리도 있다. 최근 천원 아침밥을 시작한 한남대는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남대 관계자는 “학생 1명에게 1000원짜리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3000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달 운영 예산으로 2000만원을 책정했는데, 매년 등록금이 동결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지방대가 부담하기 적지 않은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는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선배가 주는 아침밥’이라는 명목의 발전기금을 모으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 현장에서는 천원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5년간 천원 아침밥을 제공해온 충남대 영양사 김연지씨는 “물가는 치솟지만 지원금은 매년 같기 때문에 운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값비싼 식재료 사용을 되도록이면 줄이고 있다.
조식을 따로 준비해야하는 조리원분들을 채용·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는 “오전 5시부터 아침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조리원들 택시비 등 교통비까지 챙겨줘야만 한다”며 “교통비 등이 지급돼도 조리원들은 천원 아침밥 업무를 꺼린다”고 말했다.
![한남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기숙사 학생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한남대 제공](https://img.khan.co.kr/news/2023/04/19/news-p.v1.20230412.bb1e97e93f454d499fb58268175e049a_P1.jpg)
한남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기숙사 학생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한남대 제공
천원 아침밥을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내년 총선까지 1년이 남지 않은 만큼 청년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대전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천원 아침밥은) 정치인들의 표퓰리즘 정책으로, 동참할 생각이 없다”며 “안그래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방대가 적자 사업이 될 게 불보듯 뻔한 사업에 나설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국 대학생들에게 사실상 무상급식 수준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게 맞는지, 이 사업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