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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의 아침밥’이라는, 값싼 청년 지원

입력 2023.04.20 03:00

수정 2023.04.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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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의 아침밥’이 화제다. 여야 대표들이 앞다퉈 대학 식당을 찾아 학생들과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화기애애하게 더 큰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주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내 54개 대학 중 ‘1000원의 아침밥’에 참여하는 모두에 ‘1식 1000원’을 시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제주·전북 등 지자체들도 아침밥 확대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대학생 급식 지원을 하루 두 끼로 확대하자는 방안, 방학 중에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 지자체에 따라 청년 노동자, 전체 노동자들의 아침식사까지 책임지겠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야말로 ‘1000원의 아침밥 정국’이다.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2012년 순천향대가 시작한 1000원의 아침밥 캠페인은 대학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다가, 2017년부터 쌀 소비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가 함께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0개 대학과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이 시작이었다. 올 학기 초 더 뜨거워진 관심 속에 정부는 지난달 지원 대상을 기존 계획의 두 배 이상인 41개 대학, 150만명분으로 확대했다.

이 사업만큼 생색내기 좋은, 가성비 높은 정책이 없을 것 같다. 150만명분으로 대폭 늘려도 정부 부담은 15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줄을 서 기다릴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대학생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고자 하는 취지에도 사회적 공감이 넘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며 마냥 박수만 보내기엔 뭔가 불편하다. 핵심은 두 가지다. 지속 가능한가, 형평성에 맞는가.

우선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1000원의 아침밥은 학생과 정부가 1000원씩을 내고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하는 구조다. 학교든, 동문이든, 지자체든 지원이 없으면 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 전국 330곳가량의 대학 중 시행하는 곳이 10%를 겨우 넘는 이유다. 소규모 대학들은 학생식당이 없는 경우도 많다. 직영급식이 자리 잡은 초·중등학교와는 달리 외부위탁이 많아 사업을 강제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도 크다. 학식 가격 인하와 ‘1000원의 아침밥’ 확대를 요구해온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고작 8억원의 예산을 늘려놓고 엄청나게 큰 일을 한 것처럼 광고하는데, 모든 대학이 신청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닌 상황에서 무척 황당하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평성은 또 어떤가. 고물가에 신음하는 이들은 대학생만이 아니다. 비슷한 또래의 대학 밖 청년들, 청년 노동자들, 아침밥이 절실한 다른 사회구성원들은 그냥 둬도 괜찮을까. 아침밥 대신 점심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서울 주요 대학가의 평균 월세는 1년 새 15.1% 뛰었다고 한다. 14년을 억누른 등록금 인상억제 정책은 이미 고삐가 풀렸다. 4년제 대학 중 절반 가까운 수가 학부 등록금 인상 16곳 포함, 대학원과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올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등록금, 주거, 채용 절벽 등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왜 지금, 1000원의 아침밥이 부각되고 있나. 투명할 정도로 속이 보인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최근 급증한 20대 무당층에, 싼값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설문조사에서 청년 무당층 비율은 50%를 훌쩍 넘었다. 오세훈 시장의 급식 지원 확대 발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이를 정확히 꿰뚫는다. “10년 전에 무상급식 반대하시더니… 대학생은 유권자라서 찬성하신 건가요?”

여야 막론, 정치권 모두가 대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어렵고, 비싸고, 중요한 일은 정작 하지 않는다. ‘1000원의 아침밥’ 같은 비스킷 부스러기 정도만 던져줄 뿐이다. 청년정책을 연구해온 한 전문가는 “유럽 선진국들은 고등교육의 학비 부담이 그리 크지 않고, 학교에 적을 두면 주거문제도 같이 해결되는 등 공공성이 상당히 강하다. 우리는 기본이 안 돼 있다”고 일갈했다. 또 “1000원의 아침밥 같은 시혜성 지원책을 청년정책으로 논하고 싶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왜 이리 인색한가. 인생의 봄날, 1000원 학식을 먹으러 일찍 등교해 줄 서야 하는 사회가 맞는 방향인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면,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미래세대 지원이 최우선 순위여야 하지 않나. 한 명 한 명이 사회의 넉넉한 품에서, 기본적인 식비와 주거비, 등록금에 대한 큰 걱정 없이 공부에 매진하고 문화를 누리며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 정치와 이 사회가 마땅히 내놓아야 하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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