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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다양한 가족구성권,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지난 4월26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도 가족으로서의 법적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을 대표 발의하였다. 친밀한 관계의 유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법적 가족의 범주가 제한되어 있어 주거와 건강, 돌봄과 같은 기본권의 행사가 제한된 사람들을 위한 법이다.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2022년 10월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시·도편)’에 따르면 2050년에는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유형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고령 가구의 증가와 1인 가구의 증가가 맞물리고 저출생 현상 역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이성애 결혼만 인정하는 혈연관계 가족을 넘어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논의 틀이 필요하다. 다양한 가족 구성권의 보장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권고해 온 사항이기도 한데, 이미 다수의 국가에서 법률에 따른 가족구성 선택권을 이성애 부부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여 법률혼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생활동반자법 발의는 국제 추세에 대응하고 우리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과 배제를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여성가족부는 4차 건강가족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족의 다양한 유형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법적 가족 개념을 바꾸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2022년 건강가족기본법 현행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가족 개념의 확장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중단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의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생활동반자법 발의에 대한 몇몇 언론 보도는 이 법이 최초로 발의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보수세력의 반대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므로 제정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함께 제시한다. 물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에 대한 논의를 언론이 매개할 때, 실질적 제정 가능성은 중요한 정보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시기상조라는 주술적 단어만을 반복하면서 사회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낡은 제도를 유지하려는 목소리를 본격적 논의에 앞서 소개하기보다는, 왜 이러한 제도가 필요하게 되었는지, 이 제도적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미래 전망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 더 핵심적인 정보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상상은 아직은 제한적이다. 미디어는 가족 내의 각종 사건 사고와 갈등, 고통을 다루면서도 언제나 이성애 기반 정상 가족 모델이 최종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표상한다. 1인 가구는 청년에 한정하여 언젠가 이성애혼으로만 이루어진 2인 이상이 될 예비 가구로 그려내기도 한다. 사실상 많은 청년들이 고민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청년 시기를 아직 가족을 이루지 못한 유예된 시기로 보는 우리 사회는 이 시기를 지난 사람들이 계속 혼자 살거나 혹은 법률혼 외의 관계를 구성해 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청년들이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혼인 관계 외의 서로 돌보는 공동체라는 이상을 그려보다가도, 제도적 기반이 없어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에 주춤하게 되는 것이다. 고령 1인 가구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돌봄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공동체, 함께 오랜 기간 살아온 부부 관계인 성소수자 커플들은 법제도적 권리 행사에 밀려나 실질적인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개선 노력을 차별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목소리와 동치하여 다루면서 이 갈등이 핵심인 것처럼 의제화해온 것이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켜 왔다고도 할 수 있다. 변화하는 가족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차별을 줄일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적극적으로 의제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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