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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문제는 대통령이다

입력 2023.05.01 20:33

미국 국빈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30일 성남공항에 도착하며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미국 국빈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30일 성남공항에 도착하며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밝은 표정이었다. 이례적으로 전용기 내 기자석을 찾아 ‘깜짝 인사’를 했다. 김건희 여사는 취재진과 ‘셀카’도 찍었다. 미국의 환대에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가지도자가 우방국에서 적절한 예우를 받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현실을 망각해선 곤란하다. 돌아온 윤 대통령 앞엔 취임 1주년(10일) 성적표가 기다린다. 점수는 박하다. 1년간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봤다(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김민아 칼럼니스트

김민아 칼럼니스트

2022년 5월, 취임 사흘 후 공개된 첫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52%, 부정 37%였다. 지지율이 처음 변곡점을 맞은 것은 7월 첫 주. 윤 대통령의 나토 순방에 민간인인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이 동행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다. 부정 평가가 49%로 긍정 평가(37%)를 앞질렀다. 첫 ‘데드 크로스’였다. 7월 4주, 지지율 30%선이 무너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의 휴대전화 사진이 일파만파를 일으킬 무렵이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8월 첫 주 지지율은 24%까지 떨어지며 최저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한 직후다.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에서 “국민 뜻을 거스를 순 없다”며 거둬들였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가 나온 사흘 후 박 장관은 경질됐다.

9월 미국을 방문 중이던 윤 대통령 입에서 비속어 논란(일명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시작됐다. 여권은 가장 먼저 보도한 MBC를 표적 삼았지만, 여론은 대통령 편이 아니었다. 9월 5주 조사에서 지지율은 다시 최저(24%)를 찍었다. 10월 1주 조사에서도 ‘부주의한 말실수로 논란 자초’(63%)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논란 유발’(25%)을 압도했다.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11월 2주 조사에서 70%가 정부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이유로 책임회피·꼬리 자르기·남 탓(20%), 늑장 대처(17%) 등을 들었다. 일차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정부’(20%)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2023년 3월6일. 일제 강제동원 해법과 ‘주 69시간 노동’ 개편안이 나란히 발표됐다. 3월 2주 조사에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묻자 ‘일본 사과·배상 없어 반대’(59%)가 ‘한·일관계 위해 찬성’(35%)을 압도했다. 그다음 주 조사에는 노동시간 개편안이 포함됐다. 역시 반대(56%)가 찬성(36%)을 앞섰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외교의 계절, 4월이 왔다. 미국의 도청 의혹에 대통령실은 “악의적 정황은 없다”며 미국 편을 들었다. 4월 2주 지지율은 다시 20%대(27%)로 떨어졌다. 방미를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한 윤 대통령은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조사(4월 4주)에서 부정 평가 이유는 단연 외교(38%)였다. 같은 조사에서 공개된 분야별 국정 평가에서도, 7개 영역 모두 ‘잘못하고 있다’가 많았다. 부정 평가 비율은 공직자 인사(63%)가 가장 높았다. 이어 경제(61%), 외교(60%), 대북 정책(51%), 복지(50%), 교육·부동산(각 47%) 순이었다.

한 해 동안의 여론 흐름을 톺아보니 윤석열 정권의 문제가 분명해진다. 정권의 최대 리스크는 김건희 여사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도 아니다. 윤 대통령 자신이다. ‘내부 총질’ 문자도, 취학연령 하향 지시도, 비속어 논란도, ‘일본 무릎’ 발언도 대통령에게서 비롯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결과로 다른 이슈들을 덮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겠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한·미 양국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두고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으나, 협의는 협의를 담보할 뿐이다. 성과를 담보할 순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장면이 다수 외신을 통해 반복 보도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홍보 노력은 눈물겹지만, 이제 ‘아메리칸 파이의 추억’은 잊어야 한다.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경제·외교 정책을 부정 평가하고 있다. 비속어 논란도, 이태원 참사도 대통령과 정부 책임으로 여긴다. 환대는 환대일 뿐, 국민의 생명·안전(외교안보)이나 먹고사는 문제(경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한국 젊은이들은 ‘아메리칸 파이’ 가사는 몰라도 IRA는 안다”(뉴욕타임스 인터뷰)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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