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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불꽃

입력 2023.05.02 03:00

수정 2023.05.0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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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오월은 땅과 하늘의 기운을 받아 만물이 일어서는 달이다. 그래선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겹쳐 있다. 부부의날도 오월이니 가화만사성의 달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이면 꽃집에는 어김없이 카네이션이 진열되어, 어버이날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어버이날의 출발은 어머니날이었다. 1956년 국무회의에서 매년 5월8일로 정했던 어머니날이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개칭되었다. 어머니날은 미국의 선례를 기초로 20세기 초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기념일도 원래 5월9일이었다.

1926년 5월9일자 동아일보에는 “오늘이 어머니날. 아들딸들이 선물을 드리며 장미꽃을 꽂고 기념하는 날. 오늘(오월 둘째 주일)은 세계의 아들과 딸들이 어머니를 기념하는 ‘어머니날’이외다. 이날에는 어머니가 살아있는 이는 빨간 장미꽃을 옷깃에 꽂고, 어머니를 여윈 자녀들은 흰 장미꽃을 꽂고 기념하며…”라는 내용이 실렸다. 이것이 어머니날 기념에 관한 최초의 기사다. 이날을 기념하는 꽃이 장미였고, 어머니께 꽂아 드린 것이 아니라 자식들이 꽂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미가 카네이션으로 바뀐 내용은 1932년 5월8일자 동아일보에 나온다. 이날 기사에는 미국의 안나 자비스에 얽힌 어머니날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카네이션이 언급되었다. “내일이 어머니날입니다. 5월 달 둘째 공일. 이날을 어머니날로 지키고 기념하는 풍속이 우리 조선에서도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 일찍부터 성풍(成風)하였습니다. … 카네이션꽃 붉은 것은 어머니 모신 아이가 꽂고…”라며, 어머니날 풍습이 세계적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으니 우리도 함께하자고 독려했다. 그 후로 어머니날의 꽃은 카네이션으로 굳어졌다.

흰색 카네이션을 어머니 사랑의 진실과 순결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안나 자비스. 카네이션이 시들 때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안으로 사그라드는 모습에서 자식을 가슴에 품은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녀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던 행사가 나중에는 살아계신 어머니께도 감사를 전하는 풍습으로 번져가며, 붉은색 카네이션이 등장하게 되었다.

미국의 기독교 전통에서 시작된 어머니날이 우리나라에 정착된 지 100여년이 지났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어머니는 카네이션꽃이 아니다. 장미꽃도 아니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는 불꽃이다. 시들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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