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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사람을 곤궁하게 만든다

[송혁기의 책상물림] 시(詩)는 사람을 곤궁하게 만든다

“시능궁인(詩能窮人)”이라는 말이 있다. 시가 시인을 곤궁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송나라 때 구양수는 이를 부정하고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 즉 곤궁해진 뒤에 시를 잘 짓게 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인이 영달을 누리는 경우가 별로 없고 부귀를 누리다 보면 좋은 시가 나오기 어려워지는 실제의 경험들은 이 두 말의 차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결국 시와 곤궁함은 무엇이 원인이랄 것도 없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인문학 역시 사람을 곤궁하게 만든다. 드물긴 하지만 이른바 ‘역사 덕후’도 있고 여전히 철학이나 문학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시선은 차갑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인문학‘도’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할 뿐 아니라 멋있는 말로 포장하여 강조하기까지 하면서도, 자신의 자녀나 지인이 인문학을 지망하는 것은 우려스러워한다. 첨단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영달을 누리며 살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문인 장유는 “시능궁인”에 대해 반론을 펼쳤다. 공자는 합당한 자리를 얻지 못한 채 죽었으니 곤궁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후세 사람들은 공자를 소왕(素王)이라고 부르며 만세의 사표로 삼아왔다. 어느 왕도 공자처럼 세대를 넘어 진정한 영달을 누린 이는 없다. 아무리 대단한 부귀를 누린 사람이라도 다 죽으면 썩고 잊히는데 곤궁하게 산 시인들은 지금까지 기억되며 그 향기를 끼치고 있으니, 시야말로 사람을 영달하게 만드는 셈이라는 논리다.

그러니 장유의 말처럼 먼 훗날 나의 이름이 기억되리라는 소망만으로 인문학의 가시밭길을 감내하라고 권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공자의 언행을 보며 자신을 성찰하고 깨달음을 얻어온 것은 누구나 당연시하던 통념을 근본부터 흔들며 새로운 발상과 질문을 통해 가려졌던 것들을 드러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깊이 있는 인문학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의지와 실력이 있는 이들이 곤궁함을 걱정하지 않고 그 길에 몰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와 국가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는 현세의 영달을 꿈꾸는 분야들에 비해 매우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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