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보다 더 무서운 새

이상호 선임기자

국내 공항에서도 매년 200~300건 발생

항공기술 개발로 심각한 위협은 거의 없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 떼와 24시간 전쟁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 비바람보다 위협적인 것은 새다. 새는 작고 약한 동물이지만 비행역사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불러왔다. 항공기술 개발로 위험도는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비행 안전에서 새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운항 중인 항공기 동체에 새가 부딪히거나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조류 충돌’ 사고를 뜻한다. 미국에서 개봉한 ‘허드슨강의 기적’은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새 떼에 부딪히면서 엔진 2개가 모두 정지돼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 한 실제 사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김포국제공항 조류충돌 예방사업소 직원이 활주로 주변에서 새 떼를 퇴치하기 위해 허공에 총을 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김포국제공항 조류충돌 예방사업소 직원이 활주로 주변에서 새 떼를 퇴치하기 위해 허공에 총을 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사상 첫 조류충돌 사고는 라이트 형제가 기록에 남긴 1905년 9월 7일이다. 첫 희생자는 1912년 4월 라이트 비행학교 출신 조종사다.

제트비행기 최초 대형사고는 1960년 10월 미국 보스턴 로건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에서 일어났다. 엔진 4개 중 3개가 새 떼에 손상돼 추락했고, 탑승자 72명 가운데 62명이 사망했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는 2009년 7월 이란에서 발생했다. 승무원 등 탑승자 168명 전원이 사망했다.

비행기는 시속 약 1000㎞ 속도로 날기 때문에 상공에서 작은 물체와 충돌해도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상공 10㎞에서 순항할 때는 고도가 높아 조류 충돌 위험은 없지만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인 지상 2.5㎞ 이하 상공에서는 위험이 따른다.

조류 충돌사고 국내에서도 최근 매년 200~300건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한 해 1만여 건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는 완벽한 예방법은 없다. 하지만 조종실 전면이나 날개 등 동체가 이같은 상황에 대비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해 운항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경우는 이젠 거의 없다. 다만 엔진 속으로 빨려드는 경우가 숙제지만 항공기 엔진 모두(2~4개)가 손상되지 않는 한 비상 비행에 큰 문제는 없다.

어느 공항이든 조류 충돌 예방팀이 운영된다. 그들은 총기나 폭음기, 천적의 소리, 흔들이는 모형 등 다양한 장비로 365일 조류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공항 주변에서 아예 서식하지 못하도록 먹잇감을 퇴치하는 등 새들의 습성을 이용한 과학적 방법도 사용한다. 새들을 속이기 위해 근무 장소와 장비 운용 시간을 수시로 바꾸는 등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김포공항 조류충돌 예방사업소 이정민 파트장은 “조류의 먹이활동이나 철새 이동은 예측이 어려워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라며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을 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Today`s HOT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에서 열린 이색 졸업 및 성년식 더운 날씨, 다양한 모습으로 더위를 극복하는 사람들 발렌타인데이를 준비하는 미국 가게들의 모습 제149회 웨스트민스터 애견 클럽 도그쇼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군대 신년 미사 국가 애도 기간 선포, 과테말라에서 일어난 버스 추락..
코소보 미트로비차 마을 국회의원 선거 자급자족 나라 인도의 모습
벌써 축제 분위기, 브라질의 카니발 시작 파티 22곳의 산불 피해, 비상경보 받은 칠레 인도네시아의 무료 검진 실시 2월의 온화한 기후, 휴식을 즐기는 브라질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