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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리터러시’ 규칙 제2조

입력 2023.05.04 03:00

개강을 앞두고 아는 선생님이 챗GPT의 위험성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샘플을 만들었다. 챗GPT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그분은 먼저 ‘대전의 고려시대 유적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성심당이 고려시대 유적이라며 1895년에 창건된 조선 후기 교육 기관이자 독립 운동의 중심지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튀김 소보로가 유명한 빵집 성심당? 더구나 고려시대 유적을 물었는데, 1895년 조선 후기라니?

장지연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역사문화학전공 교수

장지연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역사문화학전공 교수

한 달여 후 이분이 챗GPT에 같은 질문을 다시 넣었다. 그랬더니 훨씬 정교하고 유려한 설명이 나왔다. ‘고려시대 중반인 12세기에 건립된, 차를 마시는 전각’이라는 것이다. 1895년 같은 엉뚱한 시대를 들이대지도 않는 데다 이 ‘차를 마시는 전각’의 구조가 어쩌고저쩌고, 근대의 개발로 훼손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서사까지, 아주 유려하기 그지없었다. 이게 빵집 성심당과는 다른 것이냐고 물으니 다르다고 하며 주소까지 댔고, 근거 자료가 뭐냐고 물으니 문화재청 자료라며 링크까지 제공했다. 얼마나 정교한지 이 선생님도, 얘기를 전해 들은 나도 지도에서 그 주소를 검색해보고 링크도 클릭해보았다. 없는 주소에, 깨진 링크였다.

챗GPT의 ‘아무 말 대잔치’를 보노라니 미래의 역사학자들이 심히 걱정되었다. 이미 인터넷 세상에는 수많은 거짓 정보가 돌아다니는데, 챗GPT는 그러한 오염된 정보를 폭발적으로 늘릴 듯했다. 세상에 없는 사람의 이미지도 만들어내는 기술의 정교함, 그런 것으로 동영상을 만들어내거나 베껴내는 속도와 양까지 보고 있으면 미래에는 가짜 정보를 구별해내는 것이 정말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인가. 요즈음 만들어지는 기록은 주로 웹에 떠도는 것이다 보니 보존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하이텔, 천리안 등의 PC통신, 다음 아고라처럼 겨우 20~30년 사이에 명멸해간 인터넷 세계가 얼마나 많은가. 이런 세계는 어떻게 연구할 건지? 적당히 일찍 태어난 게 역사학자로서는 참 다행인 듯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세상이 와도 역사학자의 기본 작업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사료의 형태와 방법론은 달라지겠지만, 작업 과정은 같을 것이다. 역사학자의 연구는 최대한의 사료를 모으고, 사료의 옥석과 참·거짓을 판별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어떤 시대에 나온 사료인지, 그 시대의 맥락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료인지를 고민하고, 누가 누구에게 무슨 목적으로 한 얘기인지를 고민한다. 있는 기록에만 천착하는 게 아니라 있어야 하는데, 혹은 있을 법한데 없는 사료는 뭔지도 고민한다.

시기에 따라 사료의 양은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 고대사처럼 연구자가 사료를 거의 다 외우다시피 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사료가 너무 많아 무엇을 걸러내야 할지가 고민인 현대사 같은 분야도 있는 것. 어차피 글이 되지 못한 말의 세계가 거대함에도 신라가 어쩌고 조선이 저쩌고하며 역사를 구성하는 터, 중요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사라졌다 하여 역사를 구성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실재를 구축하기 위해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이 사이트들의 잔편을 찾고 또 찾아다닐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빈틈을 신경 쓰는 적극적 자세와 방법론의 개발과 같은 노력이다.

역사학자의 이러한 소양과 기술은 거짓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여 넘실댈 미래에 더욱 유용하다. 결론을 내리기 전에 사실을 충분히 수집하려는 신중함, ‘사실들’의 옥석을 판별하고 참·거짓을 구별하는 판단력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학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의무인 이러한 작업들이 모든 이에게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 리터러시’ 규칙 제2조는 이러하다. “최대한 사실을 찾고 그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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