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취임 1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별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대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1년간 성과를 담은 영상을 8일 유튜브에 게시하고, 관련 소책자를 배포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1년 기자회견마저 건너뛰겠다는 것은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소통하는 대통령’과 역행하는 결정이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 자리에서 “언론인 앞에 자주 서겠다. 질문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는 딴판이었다. 지난해 11월 출근길 문답을 일방 중단했고, 신년 기자회견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로 대체하겠다며 생략했다. 그러곤 일방향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하거나 외신 인터뷰만 했다. 소통의 기본은 쌍방향인데, 윤 대통령은 현안을 놓고 국내 기자들과 문답하는 공개 회견은 하지 않았다.
민주국가 지도자라면, 기자회견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이 됐다. 집권 1년은 준비가 부족하고 시행착오도 컸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국정 1년에 대해 차분히 국민 앞에 설명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위한 대통령의 약속’ 제목으로 안보·공정·국익·미래·국격 분야 영상 5편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16개 분야 성과와 변화를 담은 ‘나라가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라는 책자도 배포했다. 자화자찬성 국정 홍보물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대통령이 정작 국민이 듣고픈 질문에 답하는 길은 피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속도를 더 내고,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공식 회견이 아닌 기자들과의 간담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서 속도가 더디다 하고, 방향을 수정하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국민들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대통령실은 취임 1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이유로 “국민경제가 어렵다”고 했는데, 군색하다. 올 상반기 마지막 외교 이벤트인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대국민 보고 회견을 하지 않을 것인가.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꾸 회피한다면 집무실 용산 이전 시 표방한 국민 소통은 공염불이 되고, ‘불통 대통령’으로 굳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