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기초학력 진단 결과 공개’를 명시한 서울시의회 조례안이 위법이라며 9일 대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이 조례안은 학교에서 실시한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고, 교육감이 관련 내용을 시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조례안은 당초 지난 3월10일 시의회에서 가결됐다. 시교육청이 반발해 재의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의 69% 찬성으로 조례안을 재의결했다.
초·중등 교육 책임기관인 시교육청의 제소는 불가피하다. 조례안은 비교육적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위법 소지가 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은 기초학력보장법과 시행령에 따른 국가 사무이므로 지방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진단검사 결과 공개는 ‘교육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에 어긋나는 행위이기도 하다.
시의회는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교별 성적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교육감과 학교장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줄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지난 3년간 크게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단평가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조기 발견해 지원하자는 취지여서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진단검사는 교사의 관찰이나 상담으로도 실시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비교가 가능하지도 않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공개하자 많은 학교들이 문제 풀이로 정규 수업시간을 채웠고, 심지어 평균성적이 높은 학급에 현금 보상을 내거는 반교육적 행태까지 벌어졌다.
기초학력 공개는 학교 줄 세우기로 이어져 불필요한 경쟁과 사교육 수요만 일으킬 수 있다. 학교 서열화와 낙인 효과로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들 우려도 있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대법원에 조례안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사법부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일선 학교에 혼란이 없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