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7월에 개봉한다. 박원순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만드는 영화다. 이들은 영화 제목을 <첫 변론>으로 정하고 최근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다. 영화는 2021년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 측근 등 50여명을 인터뷰해 쓴 책 <비극의 탄생>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측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아 2차 가해로 비판받았던 책이다. 영화에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길 걸로 보인다.
영화 예고편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는 측근 등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전혀 그런 일 없었고, (피해자는) 오히려 비서실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한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에는 ‘2차 가해라는 명목으로 강요된 침묵을 깨기 위한 작업’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전 시장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들인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나 희생양으로 여기는 주장을 공표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다.
2020년 7월 박 전 시장 사망 후 6개월간 조사를 벌인 인권위는 2021년 1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성희롱이 있었다고 국가기관이 인정한 것이다. 이후 박 전 시장 부인이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도 인권위 결정이 적절한 조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건 발생 후 3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인의 명예 회복을 앞세워 왜곡되고 파편적인 주장을 펼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기까지 하려는 처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임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2차 가해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