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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은 위험하다

입력 2023.05.10 03:00

수정 2023.05.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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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특이하다. 대통령이 돼서도 특이했지만 그전에도 특이했다. 그는 기업인이었다. 연방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 정치경력은 없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 1999년 중도정당인 개혁당에 들어가 대통령 출마를 고려했다. 2000년대에는 정치적 성향이 민주당과 거의 일치했다는 평가가 있고, 실제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의 현재 이미지인 ‘사방과 싸우며 좌충우돌하는 강한 자(strong man)’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교수

질문을 던져보자. 그는 왜 변했을까? 이 질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해당된다. 대통령이 되기 전 주요 정치경력은 없고,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민주당에 호의적이었으나, 현재 좌충우돌하는 강경보수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진보에서 보수로 옮겨가는 사람은 흔하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해석을 트럼프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는 2000년대 전에 이미 부동산 억만장자였다. 1946년생이니 2000년대에 이미 60대였다. 60대에 민주당에서 70대에 공화당으로 옮겨가는 게 나이 때문은 아닐 것이다. 뭔가 사건이 있고 이유가 있어야 사람은 변한다. 2000년대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사건은 젊은 수습생들을 그의 회사에서 1년간 경쟁시킨 뒤 직원으로 발탁하는 <어프렌티스>라는 NBC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을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방송에서 떠들었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어프렌티스>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그를 좌충우돌하는 강경 보수로 만들었다는 것은 필자의 가설이지만 그리 황당하지만은 않다. 2017년 미국 한 유력 언론의 보도에 트럼프 대통령의 하루 일과가 나온다.

오전 5시30분쯤 눈뜨자마자 TV부터 켜고 강경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 등을 본다. 그런 뒤 아이폰을 집어들고 트윗을 날린다. 적어도 하루에 4시간 TV를 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헤드라인에 자기 이름이 나오면 기뻐하고, 나오지 않으면 우울해한다. 트럼프에게 트위터는 자기를 끌어내리려 음모를 꾸미는 언론과 싸우는 아서왕의 명검 ‘엑스칼리버’와도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탄약은 다른 언론에서 구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는 사람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언론, 즉 대중의 관심에 목말라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관종의 기질은 있다. 그러나 이게 과하면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항상 자기 얘기를 하고, 자기를 쳐다본다는 망상에 이르게 된다. 감정은 여려지고 상처만 늘어가니 지금 내 편에게는 무조건 엎어지고, 지금 다른 편에겐 ‘엑스칼리버’를 마구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이게 좌충우돌하는 사람들의 이면이다.

미국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상관없이 위대한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 앞에서는 일치단결한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마저 미국 벤처캐피털이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도 틀어막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것을 보면 좀 무섭기도 하다. 이런 미국을 방문해서 윤 대통령은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강철동맹’을 외치고 돌아왔다. 자기편이라 생각하고 엎어지고 온 것이다.

그런데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미국의 199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세계 평균 37.9%)에서 2019년 26.3%(세계 56.3%)가 됐다. 이 수치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국은 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도 않고, 세계화의 대열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일시적 달러 약세를 겪다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는 그런 국가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선전포고도 하고, 싸움도 하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경제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중국과의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은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50.8%에서 2019년 75.8%로 커졌고, 매번 작은 이슈에도 환율을 걱정해야 하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의 대통령이 미래를 걱정한다면서 일본과 스크럼을 짜서 GDP 규모가 11배인 중국에 싸움을 걸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의 장기적인 경제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국 내 ‘반중 정서’에 올라 타고 있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언론의 관심보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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