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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1000번…이제 토니상 후보들과 호흡 맞춰요”

뮤지컬 ‘앤줄리엣’ 프랑수아 역

배우 황주민 서면 인터뷰

미국 브로드웨이에 있는 스티븐 손드하임 극장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앤줄리엣> 공연에서 황주민씨(오른쪽)가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황주민씨 제공

미국 브로드웨이에 있는 스티븐 손드하임 극장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앤줄리엣> 공연에서 황주민씨(오른쪽)가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황주민씨 제공

보수적 브로드웨이에서 살아남기 8년…인종차별 이겨내고 결국 꿈 이뤄
데뷔작 ‘더 프롬’서 유일한 동양인으로 연기…“할리우드 진출하고 싶어”

동양인 배우가 설 수 있는 무대가 극히 적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한국인 배우가 있다. 지난 8년간 그가 본 오디션은 약 1000번. 황주민씨(38)는 단역부터 신문광고, 상업영화 등에도 얼굴을 비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황씨는 지난달 23일 스티븐 손드하임 극장에서 공연 중인 <앤줄리엣> 무대에 올랐다. 그의 역할은 보수적인 백인 군인 집안 출신인 프랑수아 뒤부아였다.

<앤줄리엣>은 셰익스피어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핀오프 뮤지컬이다. 줄리엣이 독약을 마시지 않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지난해 11월 공식 개막한 이 작품은 올해 제76회 토니어워즈 베스트뮤지컬상을 비롯해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는 등 브로드웨이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씨는 9일 서면 인터뷰에서 “브로드웨이는 아직도 동양인은 동양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동양인이 주요 배역으로 무대에 서는 기회는 정말 많지 않다. 특히 토니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한 사람이 다수의 배역을 맡으며 공연의 감초 역할을 하는 ‘켐프’와 프랑수아 역의 ‘언더스터디’를 담당하고 있다. 언더스터디는 주연 배우가 사정이 있을 때 해당 배역으로 연기하는 대역 배우를 말한다. 한국과 달리 단일 배우로 장기 상연이 이뤄지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언더스터디가 수시로 무대에 올라 공연한다.

<미스 사이공> <왕과 나>처럼 동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제외하고 동양인 배우가 주·조역으로 등장하거나 백인 역할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황씨는 데뷔작인 2019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더 프롬>에서 동양인 배우로는 유일하게 무대에 섰다. 앙상블(다른 배우들의 코러스를 하거나, 뒤에서 춤추거나 동작을 하는 역할)을 맡았던 그는 당시 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진행하는 토크쇼 <더 뷰>와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가 출연했던 <스티븐 콜베어쇼>, 제73회 토니어워즈 오프닝 무대 등에서 단원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공연을 통해 알게 된 배우 고창석씨에게 연기를 배우고, 명지대 콘서바토리 성악과정을 통해서는 보컬을 공부했다. 그의 열정과 가능성을 본 명지대 담당 교수가 자매결연 학교인 위스콘신주립대 성악과정을 추천했고 그 길로 유학을 결심했다.

황씨는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지만 꿈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주립대 성악과정을 마친 그는 뉴욕으로 이주해 6개월간 300개가 넘는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인종차별도 수없이 겪었다.

“오디션만 1000번은 본 것 같아요. 동양을 주제로 한 공연이 아니면 저를 쳐다도 보지 않는 제작진이나 ‘쟤는 왜 오디션을 보러 왔지’ 하는 배우들 눈치도 많이 봤죠. 하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는 올해부터 미국 내 대형 에이전시 유나이티드 탤런트에서 윌 페럴, 티모테 샬라메, 크리스 프랫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황씨는 “브로드웨이 활동은 물론, 앞으로는 할리우드로 가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며 “다양한 인종이 동등하게 무대와 TV영화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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