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건대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 성공한 해외입양인 기사를 작성하며 문제의식이 없었다. 선진국이 더 나은 환경과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뿌리가 잘린 아이가 인종도 문화도 다 이질적인 땅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어떤 고통인지 헤아리지 못했다.
해외입양 신화는 ‘한민족’과 ‘정상가족’에 집착한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편리한 허구였다. 6·25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GI 베이비(미군과 한국인 사이 혼혈아)를 미국에 많이 보내는 게 최고의 복지사업”이라고 했을 정도다. 1960~1970년대에는 혼외출산이나 빈곤가정의 아이들을 내보냈고, 1990년대 민주화 이후에는 비혼모가 낳은 아이들이 대상이었다. 이렇게 70년간 20만명의 아이들이 1인당 수천달러 수수료에 ‘수출’됐다. 1984~1988년엔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 1% 이상이 국제선 여객기에 실렸다고 한다. 국가는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을 외면했고, 입양은 산업화됐다. 민간기관들이 수수료를 챙기려 부모 있는 아이도 고아로 서류조작했다는 혐의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록이 없어서 친생부모를 상봉하는 데 성공하는 비율은 5%대에 그친다.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해외입양인 3명 중 1명이 아동학대, 8명 중 1명이 성적학대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11만명이 입양된 미국에서는 최소 4만명이 시민권 획득 여부가 파악되지 않는다. 한국으로 추방돼 2017년 자살한 필립 클레이는 그중 한 명이다.
심각한 저출생에 대응해 인구 유출을 막자는 국가 중심의 관점을 넘어, 이런 인권침해가 확인된 이상 해외입양은 중단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6~2021년에도 약 1400명의 아이들이 나라 밖으로 떠났다. 부조리를 고치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아동 중심의 국제 입양제도를 위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 협약’ 국회 비준은 10년째 미뤄지고 있다. 그에 앞서 민간기관이 전담해온 입양 절차 체계를 정부가 맡도록 하는 ‘입양 3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2021년 발의된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1일은 ‘입양의날’이다. 우리 사회가 입양인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을지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