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윤석열 정부 1년의 ‘경제분야 주요 성과 및 과제’ 자료를 내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자평했다. 총리실은 10일 ‘1년간 규제혁신으로 70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집권 1년 만에 내놓은 정부 자료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에 가깝다. 국민 눈높이와 너무도 다른 경제인식이 당혹스러울 뿐이다.
윤석열 정부 1년간 무역수지·경제성장률·일자리 등 주요 지표는 줄줄이 악화됐다. 통계청은 이날 4월 제조업 일자리 수가 28개월 만에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고, 외식·가공식품 등 체감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고금리로 서민·중소기업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성장률 전망이 어둡고 경제체력이 나빠지면서 원화 가치는 하락세가 가파르다.
물론 지금의 경제상황을 모두 윤석열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악화와 대중 수출 부진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위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부터 노정됐다. 대외 부진이 예상된다면 내수 확충을 위해 재정 대응력을 키우는 것이 순리이지만, 정부는 대기업·부동산 감세로 재정 여력을 오히려 줄였다. 정부 스스로 복합위기라면서 정책은 거꾸로 간 것이다. 감세정책 여파로 올 들어 3월까지 세수는 1년 전보다 24조원 줄었다. 이념적으로 ‘자유’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감세·긴축 정책이 빚은 결과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올 예산에서 노인일자리·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줄였다. 내년엔 직접 일자리와 현금성 지원사업 등을 줄이겠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 지원 예산이 쪼그라드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약자 보호 등 연대와 공정의 가치 확립에 집중’했다고 자평했으니 어처구니없다.
올해도 경제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긴축 종결도, 중국 경제 리오프닝도 불투명해 한국 경제 대외부문은 상당 기간 난기류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정권 초기 수백조원 투자를 약속했던 기업들도 투자 시기를 늦추고 있다. 그렇다면 당분간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국민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 서민층 지원 등으로 민간소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감세·긴축 정책으로는 민생파탄과 사회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윤석열 정부는 하루빨리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