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신설되는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특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내정됐다고 대통령실이 10일 밝혔다. 2012년 ‘군 댓글 공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 전 실장은 군을 정치화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에게 국방혁신 작업은 어울리지 않는다.
국방혁신위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과학기술 강군’을 목표로, 국방혁신 관련 주요 정책을 다룬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은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민간에서 예비역 장성 4명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이버 보안 전문가 4명 등으로 구성된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방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안보실장을 지냈다. 대통령실은 그의 경력과 대북 강경 성향을 고려해 민간위원에 적임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총선·대선 기간 국군사이버사령부에 정부·여당을 옹호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댓글 9000여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댓글 공작’ 사건의 주동자다. 민주화된 군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는 2심에서 징역 2년4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정치관여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권교체기를 틈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조기 배치를 밀어붙였다. 대선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사드 알박기’를 주도한, 안보실장의 월권적 행동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2017년 2월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의 ‘계엄령 문건’ 작성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민군 합동수사단 수사 결과에 나와 있다.
김 전 실장은 참군인이 아니라 군을 정치로 오염시키고 과거로 퇴행시킨 장본인이다. 군의 미래가 걸린 국방혁신 업무가 그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게다가 김 전 실장의 민간위원 위촉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대하는 태도와 180도 다른 처사다. 정부는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이유로 면직 절차에 착수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한 위원장은 1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다. 김 전 실장은 민간위원이라 해도 이미 확정된 유죄가 결격 사유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 다른 잣대 아닌가. 윤석열 정부가 내건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의 국방혁신위원 위촉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