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에 부글부글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국민의힘

조미덥 기자

[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이 지난 10일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이 지난 10일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정치를 잘 모르는 대통령실” “옹졸한 김기현 대표”라고 말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부글거리고 있다. 야당 대표 앞에서 집안 흉을 봐 이 대표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도 홍 시장을 어쩌지 못하는 분위기다. 홍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과 한 번 척지면 끝까지 갚아주는 스타일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11일 홍 시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홍 시장이 마치 대화·협치가 안되는 것이 국민의힘과 대통령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며 “나오면서 이 대표가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홍 시장이 이 대표가 의도했던 정치적 목적을 다 달성해줬다”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야당 대표 앞에서 자기가 소속한 (당을) 비하한 것”이라며 “홍 시장이 어떨 때는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똑똑한데 어떨 때는 굉장히 모자라고 사리분별력이 떨어진다”고 질타했다. 이용호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날, 덕담은 못 할망정, 밖에 나가 집안 흉이나 보는 마음이 꼬인 시아버지 같은 모습이이서 참 보기 딱하다”며 “결국 이 대표에게 이용만 당한 꼴”이라고 질타했다.

김 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홍 시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내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말을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듣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당내에선 홍 시장을 징계하거나, 해당 행위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홍 시장은 당대표와 대선 후보, 경남지사를 거친 여권의 정치 거물이다. 한 번 돌아선 사람에겐 가차없이 공격을 가한다. 지난 전당대회 때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을 연달아 비판하고, 현 지도부 출범 후에 자신과 대구시장 출마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영남 지역 의원은 홍 시장에게 찍힌 상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엔 부담이 크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윤재옥 원내대표도 홍 시장에 대한 처분 및 비판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 한 TK 지역구 의원은 “홍 시장은 무서운 사람”이라며 “잘 보이진 못해도 찍히진 않으려고 조심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유일한 호남 현역인 이용호 의원도 “영남 의원들이 쉽게 못 나선다고 해서 내가 SNS에 홍 시장 비판 글을 썼다”고 말했다.

최근 김 대표가 홍 시장을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가 홍 시장이 반발하고,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논란까지 일면서 일이 더 커진 전례도 영향을 미친다. 한 지도부 인사는 “벌집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도 SNS에 글을 올려 이 대표에게 한 말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하기는커녕 “당을 살려낸 대선 후보,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나를, 자기를 비판한다고 한낱 대구시장으로 폄하한 당대표가 옹졸한 사람이 아니고 뭔가”라고 본인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실이 정치력이 부족한 것도 팩트가 아닌가”라고 적었다.

당내에선 홍 시장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30년 정치를 했는데 지난 대선 경선에서 홍 시장을 돕는 의원이 하영제·배현진밖에 없었다”며 “왜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돌아보셔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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