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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담대의 명암

입력 2023.05.16 20:37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외벽에 각종 대출금리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외벽에 각종 대출금리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3%대까지 떨어졌다. 1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3~5.79%,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7~6.79%를 기록했다. 올 초만 해도 5~8% 수준이던 금리가 4개월여 만에 2%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주담대 금리 하단 3.63%는 2021년 9월 말(3.2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75%였고 현재는 3.50%이다. 기준금리는 2.75%포인트 올랐는데 주담대 금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주담대 금리 하락의 ‘8할’은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이 영향을 미쳤다.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은행권에 대통령이 한마디 쓴소리하자 은행들은 금리 낮추기 경쟁을 벌였다. 금리 하락은 ‘영끌족’ 등 대출자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당장 가계대출이 들썩여 우려된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한 달 새 2조3000억원 늘었다. 주지하듯,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최고 위험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749조원이다. 여기에 전 세계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전세보증금 1058조원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부채 규모는 3000조원에 육박한다.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는데도 가계부채가 줄지 않는다면 통화 긴축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세금 감면과 맞물려 부동산 가격이 다시 고개 드는 것도 우려스럽다. 거래가 실종된 부동산시장에 숨통은 틔워야 하지만, 그동안의 상승폭을 감안하면 거품이 더 빠질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 ‘빚투’도 다시 늘고 있다. 주식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0조원을 넘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금리가 떨어졌다고 해서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5.00~5.25%인 점 등을 고려하면 주담대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 억지 금리로 얻은 이득은 공짜처럼 보이지만 결코 공짜가 아니다. 부작용을 수반하므로 국가경제 전체로 보면 ‘제로섬’이다. 급락한 주담대 금리를 마냥 반가워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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