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서 추방된 한 입양인의 절규, 해외입양 중단할 때다

미국에 입양됐다가 성인이 된 뒤 한국으로 추방당한 40대 남성에게 입양알선기관이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신송혁씨(미국명 애덤 크랩서)는 세 살 때인 1979년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가 두 차례 파양됐다. 양부모들의 방임으로 미국 국적을 얻지 못해 미등록 이주자가 됐고 영주권 갱신 과정에서 경범죄 전과가 발견돼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그는 미국의 배우자·자녀들과 떨어져 생활하며 한국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2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신씨는 홀트 측이 생모가 있음에도 고아 호적을 만들어 입양 보냈으며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이 과정을 관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했다.

법원이 입양기관의 일부 책임이라도 물은 것은 다행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와 홀트 측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입양기관에 사후 관리나 국적 취득 여부를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신씨 측은 국가기록원에서 찾아낸 1983년 당시 보건사회부의 ‘입양알선기관 사업지침’에 ‘입양알선기관이 아동의 적응 상태를 6개월에 한 번 이상 관찰하고, 국적 취득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한 내용이 있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법원은 이 문서 등을 근거로 적어도 홀트 측에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입양 제도는 국가 정책으로 유지돼왔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17만명 가까운 한국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다. 1985년 8837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매년 100명 넘는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현지 생활에 적응한 이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잖게 보고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해외 입양인 3명 중 1명이 아동학대, 8명 중 1명이 성적 학대를 겪었다고 답했다.

국회에 입양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만시지탄이다. 한국은 오래전에 해외입양 중단을 선언했어야 했다. 장애아동을 국내 입양하지 않으려는 경향 등을 이유로 해외입양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 아동보호 체계가 허술해 아동들을 해외로 밀어내왔고, 그럴수록 국내 보호체계 개선이 미뤄져 온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콜롬비아 등과 함께 해외입양 송출 상위권을 차지할 나라는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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