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사의 근무환경·처우 개선을 위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 20일 만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달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다. 집권 2년차에도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일방 독주하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이유로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일으키고,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에 규정된 전문 의료인의 역할과 업무 범위 중에서 간호사 관련 사항을 별도 법체계로 분리한 것이다. 의료 직역 간 업무 분장과 협업 체계, 대국민 의료서비스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윤 대통령이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윤 대통령은 그렇게 문제가 많은 간호법이라면 대선 때 제정을 약속하지 말았어야 했다. 약속을 뒤집어 놓고 국민들에게 사과는커녕 제3자인 양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압축판이라 할 만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해 야당을 무시하고, 의사들에게 기운 ‘무늬만 중재안’으로 의료 직역을 갈라치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절제돼야 한다. 국회 입법권을 존중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세이다. 당장 간호단체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단체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의료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격화·장기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2년차 첫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가재정 기조와 부동산·에너지 정책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 탓도 했다. 집권 2년차에도 야당 없는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인가.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을 끝장 승부 상대로만 적대하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될 리 만무하다. 여당은 대통령 입만 바라보느라 독자적인 협상력을 상실했고, 부단히 야당과 대화하겠다던 국무총리는 존재감이 없다. 윤 대통령의 ‘원맨 리더십’으론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 수 없다. 여당에 자율적 협치 공간을 주고, 야당에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2년차 각오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을 두 쪽으로 나눌 작정이 아니라면, 통합·협치 리더십을 대통령이 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