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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연금보험료, 국가가 절반 지원하라

입력 2023.05.18 03:00

수정 2023.05.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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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민연금 도시 지역가입자다. 당연히 건강보험에서도 지역이다.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내주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전액을 본인이 부담한다. 매달 납부해야 하는 사회보험료의 무게가 상당하다. 아마 대부분의 지역가입자가 비슷한 심정일 거다. 직장에 꼭 들어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회보험료 부담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국민 모두를 포괄하는 복지제도’이건만 취업 형태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이렇게 달라도 되는 걸까? 애초 사회보험의 설계가 그러하다고 설명하기엔 현실에서 문제가 너무 크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직장가입자가 되라고?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서 이 자격을 갖추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일반 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에게는 자동으로 부여되는 일이지만, 프리랜서, 불안정 취업자 등 실제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2021년 기준 자영업자를 포함한 국민연금 지역가입자가 683만명이고, 이 가운데 아예 보험료 납부에서 제외되는 납부예외자도 308만명에 달한다. 이렇게 지역가입자는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실제 소득이 없어 납부할 수 없거나 보험료가 너무 부담스러워 아예 납부를 회피하고픈 생각마저 들 수 있다. 현행 국민연금이 보험료 대비 평균 2배가량을 급여로 돌려주는 제도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불안정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은 국민연금 기여 부담과 급여 혜택 모두에서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연금개혁 논의를 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오를 듯하다. 인상 수준은 얼마로 할지, 소득대체율도 함께 올릴지 등 몇몇 쟁점이 있지만, 미래 세대의 과중한 노년 부양을 고려하면 단계적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때도 직장가입자의 인상분은 노사가 절반씩 분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본인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지역가입자 대부분이 힘들게 먹고사는 사람들로서 평균 소득은 직장가입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실이 이런데도 지역가입자의 전액 부담 구조를 그대로 놔두고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게 가능할까? 이런 부과방식이 계속 정당화될 수 있을까?

여기서 핵심은 도시 지역가입자다. 농어민은 국민연금이 농어촌 지역으로 확대 시행된 1995년부터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보완 조치로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소득이 103만원 이하라면 전체 보험료의 절반을, 그 위로는 103만원 기준 보험료의 절반을 정부가 책임진다(일부 고소득, 고재산자는 제외). 결국 국민연금 제도에서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집단은 도시 지역가입자뿐이다. 현재 도시 지역가입자의 월 평균소득은 143만원으로 농어민과 거의 비슷하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집단도 바로 이들이다. 이제는 도시 지역가입자에게도 농어민에 준해 보험료를 지원할 때가 됐다. 연금개혁에서 보험료율 인상이 힘 있게 추진되려면 더욱 그러하다.

아마 정부는 도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이미 지원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연금공단 지사 앞에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신청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년 7월부터 사업중단·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은 지역가입자가 납부를 재개하면 최대 월 4만5000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기간도 생애 12개월로 제한된다. 다시 말해 납부예외자들의 납부 재개를 독려하는 사업일 뿐, 현재 보험료를 내고 있는 지역가입자는 대상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을 호언장담했지만 출범 1년이 지나도록 논의가 답보상태에 있다. 무엇보다 연금개혁의 핵심 책임자인 정부가 아직 개혁의 기본 방향조차 내놓지 않은 것이 핵심 원인이다. 이제라도 연금개혁의 의지를 보여주려면 정부 스스로 실질적인 방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제안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연금개혁에서 도시 지역가입자도 농어민에 준해 보험료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하라. 우선은 ‘인상분’만이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가입자, 기업, 정부가 인상분의 대략 절반을 책임지는 사회적 분담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와 공존을 도모하는 현세대의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부를 만하다.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17일 사실상 2기 활동을 시작했다. 오는 8월이면 제5차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도 공청회를 열어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뜨거운 감자는 역시 보험료율 인상이다. 연금개혁이 이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물꼬를 트는 큰 계기가 필요하다. 정부의 도시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로 가는 실질적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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