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월정신이 통합·헌법정신이란 윤 대통령, 실천 뒤따라야

윤석열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에서 오월정신이 “헌법정신”이고,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라고 말했다. 보수 정부 대통령이 2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해 5·18정신을 기린 것은 처음이고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통합은 일회성 행사 참석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행동으로 구현돼야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오월정신은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책임있게 계승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갔다. 인사 참사·야당 무시로 독단적 국정운영을 했고, 비판언론 탄압과 적대적 노조관은 편 가르기를 노골화한 단적인 예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북한군 5·18 개입설’을 주장한 김광동 진실화해과거사정리위원장을 임명했고, 교육부는 5·18민주화운동 용어를 삭제한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을 고시했다. 저마다 오월정신이 통합이란 말에 어긋나고, 오월정신 계승 의지도 의심케 한다. 이날도 윤 대통령 메시지엔 분열된 사회와 정치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 “공허한 기념사”라는 야권의 혹평은 말 따로, 행동 따로였던 1년차 국정을 겨누고 있다.

기념사에선, 윤 대통령이 언급한 “자유민주주의 위협세력과 맞서 싸우는 실천적 용기”가 주목받았다. 혹여 ‘자유민주주의 위협세력’이 국정기조에 반하는 모든 세력을 지칭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권력 감시나 국정 견제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선포라면, 대통령 발언이 오월정신의 근간인 민주주의를 위기로 내모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 기념식은 윤 대통령 집권 2년차를 여는 첫 무대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60%는 지난 1년간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윤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와 소통하는 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천이 담보된 통합을 보여달라는 민심의 요구를 새겨듣기 바란다. 윤 대통령도 공약한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이 국민통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월정신 가치를 헌법정신으로 세우는 일에 윤 대통령이 주도력을 발휘해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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