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치안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지난 16~17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를 두고 “다양한 불법 행위들이 발생했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번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강경대응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물대포를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고 했다. 집회 강제해산에 물대포를 동원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시대착오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집회·시위를 막겠다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한 총리는 전날 경찰청장이 발표한 대로 불법 집회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재천명하며 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 또는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 자유의 침해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폭력이 명백한 경우 등에만 집회를 엄격히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과거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건설노조 집회를 무조건 불허하고 막겠다는 것인데 헌법 위반임을 알고도 하는 발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대출 의장의 발언은 더 심각하다. 2016년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뒤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가 사실상 사라졌다.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살수차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권고안을 냈고, 2020년 대통령령으로 사용 기준이 크게 제한됐다. 헌법재판소는 경찰의 백씨를 향한 직사 살수에 대해 과잉 대응이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경찰의 공권력 오·남용의 대표 사례인 물대포를 박 의장은 다시 등장시키고 싶은 것인가.
정부·여당이 건설노조 집회를 계기로 일제히 강경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노조 정책’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집회·시위 현장의 불법 행위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이 집회 불허, 물대포 동원 등을 운운하며 엄포를 놓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후퇴시킬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집회를 강제로 제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