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아랍연맹 복귀 후폭풍…내전 난민 강제 이송 의혹도

손우성 기자

국제앰네스티 “최소 4명 시리아 감옥 갇혀”

알아사드 면죄부에 시리아인 절망의 목소리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다른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다른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후폭풍이 거세다. 내전 과정에서 반정부 인사를 무참히 고문하고 민간인을 겨냥한 독가스 공격을 서슴지 않았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각종 만행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면죄부를 부여받자 시리아 안팎에선 절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폭압 정치를 이기지 못하고 주변국으로 떠나야만 했던 난민들이 시리아로 강제 이송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분쟁의 영향을 받은 시리아인들은 알아사드 대통령 귀환에 배신감을 느낄 뿐 아니라 고통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라는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며 해외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독일로 피신했던 와파 알리 무스타파는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커녕 아랍연맹은 그를 환영하고 심지어 보상까지 해줬다”고 꼬집었다. 그는 2013년 7월 과일 장수였던 아버지가 강제 실종됐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와 알아사드 대통령의 관계 정상화는 내 가족에 대한 배신이다. 그의 복귀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을 기반으로 시리아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라잔 사푸르도 “국제사회는 우리를 완전히 실망하게 했다”며 분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부 이들리브 등 일부 도시에선 아랍연맹 결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리아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북부 이들리브에서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리아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북부 이들리브에서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재가입하면서 난민들의 처지도 위태로워졌다. 레바논에선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맞춰 난민 추방이 시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6세 아부 후세인(가명)은 WP에 “레바논 군인들이 유엔을 대신해 서류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이유로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며 “처음엔 그들을 믿었지만 고향인 시리아로 가는 익숙한 길이 보였다. 뱃속의 공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고 증언했다.

그는 “군인에게 ‘어디로 가는 겁니까?’라고 물었고, 그들은 ‘당신을 추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후세인은 자신이 추방된 당일 약 250명이 함께 시리아로 강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WP는 후세인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가명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WP는 국제앰네스티의 자료를 인용해 “시리아로 건너간 남성 일부는 이미 구금돼 사라졌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금까지 최소 4명이 레바논에서 추방된 이후 시리아 감옥에 갇혔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빈살만(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전쟁과 파괴가 아닌 지역의 평화와 발전, 번영을 위한 아랍권의 연대를 위한 새로운 행동이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군을 도우며 알아사드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아랍연맹 복귀를 계기로 시리아가 위기를 종식하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WP는 시리아 사태에 개입해왔던 미국 정부의 정책 전환이 알아사드 대통령 ‘무사 귀환’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확산, 중국의 급성장 등으로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이 더는 미국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국가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 시리아의 완전한 외교 정상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는 아랍연맹 정상회의가 열린 제다에 도착했지만,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곧바로 카타르로 돌아가 관심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 군주가 알아사드 대통령 연설 직전 회의장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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