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살림 적신호 속 조삼모사식 교부금 개편 신중해야

교육청에 지급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을 개편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제난국으로 나라살림이 빠듯한 와중에도 교육 기금에 22조원이나 고여 있다고 문제 삼는 것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질 정도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일정 비율의 세금을 무조건 연동 할당하는 것은 전체 나라살림 운영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더해진다. 솔깃한 말이지만, 기금 급증은 교부금 기준이 되는 내국세와 추가경정예산이 일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육재정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개편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21일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를 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총 기금은 22조1394억원이다. 2021년 대비 3.6배 급증했다. 2018년에 4700억원에 불과하던 기금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교육청으로 내려가는 교부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971년 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교부금 제도는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재원 삼아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재정당국 예상치보다 세금이 많이 걷힌 데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국세세입 예산이 또 늘면서 교부금도 10조원가량 더해졌다.

문제는 올해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경기 부진에다 정부의 대기업·부동산 감세 탓에 이미 30조원에 가까운 세금이 덜 걷혀 교육 교부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로 진행돼 세수 펑크가 메워질 걸로 전망하지만, 주요 경제기관에서는 1%대 초반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빚내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는 국채 추가 발행이나 추경 편성 대신 세출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예산 불용 방식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일원화)이나 늘봄학교 같은 교육개혁 정책 예산이 빠듯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누리과정 예산’을 떠안은 교육청들이 빚더미에 오른 사례가 있다.

안정적으로 재원이 배분되도록 교부금 제도를 손질할 필요는 있겠으나, ‘긴축’이라는 방향을 정해놓으면 곤란하다. 한국은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 국가 성장을 일궈온 나라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은 긴 호흡으로 이뤄져야 한다. 섣부른 조삼모사식 제도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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