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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라는 직업의 본질은?

“정치인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업 아닙니까?”

얼마 전 열린 ‘청년의 미래’ 주제의 토론회에서 한 청년 정치인이 한 말이다. 이 질문에서 강조점은 ‘직업’에 있었다. 정치인을 하나의 직업으로 보는 게 아니라 ‘누리는 자리’로 보는 인식 탓에 청년들이 정치에 도전하기도 어렵고, 도전해도 얼마 못 버티고 떠나게 된다는 의미였다.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내게 이 질문이 신선하게 들린 것은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부분 때문이다. 정치인이 직업이라면, 그 직업의 본질은 사회문제 해결일까? 대다수 정치인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소속 정파의 세력 확장에 기여하는 것, 혹은 자기 자리를 유지하는 자체를 본질로 여기는 듯하다. 본회의 출석률, 법안 발의 숫자가 공개돼도 신경쓰지 않는 반면 상대 정파 공격과 지역구 관리, 민원 청취 등에는 열심인 국회의원들을 보면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혹은 자신의 ‘출세’ 자체를 본질로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정당들이 인물을 영입할 때부터 각자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골라 포상하듯이 해왔으니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2013년 한 칼럼에서 ‘불쉿잡’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말로 하면 ‘개똥 같은 일’로, “그 업무가 철저하게 무의미하고 불필요”해서 있으나 없으나 사회에 아무 영향이 없는 일을 뜻한다. 중요한 요건은 종사자 스스로가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레이버가 예로 든 대표적 ‘불쉿잡’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중간관리자였다. 그의 칼럼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불쉿잡을 하고 있다”고 토로하는 메일을 보냈다. 겉으로는 꽤 인정받는, 고임금 직업 종사자도 많았다고 한다. 청소나 돌봄처럼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은 낮은 평가를 받고, 이런 ‘불쉿잡’이 좋은 직업으로 통한다는 건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 해칠뿐더러 사회의 비효율성과 착취 구조를 심화시킨다고 그레이버는 지적했다.

한국의 상황은 약간 다르다. 불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 점을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정당성을 찾아낸다는 점에서다. 정치인들도 나름의 정당성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최소한 반대 세력보다는 나으니 그들이 득세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식이다. 조직 중간관리자들도 마찬가지다. 튀지 않게 처신하는 것, 윗사람의 심기를 잘 살피는 것 등도 조직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개인보다 조직 단위로 생각하는 문화에서 이런 정당성들이 만들어진다. 다만 최근에는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조직에 충성하기보다 자기만의 전문성을 만들어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본질에서 벗어난 일을 꺼리고 거부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한 조직 안에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탓에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한쪽은 ‘월급루팡’이라고, 다른 쪽은 ‘이기적’이라고 서로를 폄하하는 식이다. 변화의 방향 자체는 바람직해 보인다. 직업의 본질에 충실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조직의 성과에도, 사회 전체에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모든 정치인들이 자기 직업의 본질을 ‘사회문제 해결’로 여기는 사회를 상상해 보자. 나는 간절히,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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