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난안전관리 담당 행안부 관계자들이 이태원 참사 당시 가능한 최대한의 대응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려 적법하게 대응했고, 행안부 장관은 참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지휘를 내릴 법적 권한이 없다며 이 장관 측과 한목소리를 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심판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국회 측이 신청한 행안부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측 “주관기관 정하다 골든타임 지났다”
국회 측은 두 사람을 상대로 ‘이태원 참사 당시 이 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설치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 장관은 재난안전법에 따라 중수본을 신속하게 설치·운영해야 할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임에도 중수본을 설치하지 않고 뒤늦게서야 중대본을 가동해 피해를 키우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김성호 본부장은 ‘이태원 참사는 재난안전법에서 정한 재난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서 행안부가 주관기관인지 사전검토가 필요했고, 10월30일 새벽 1시50분 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에서 행안부 장관이 행안부를 중심으로 수습하겠다고 보고하면서 주관기관이 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참사의 심각성을 고려해 중수본 대신 중대본으로 바로 확대·운영했다고도 했다.
이 장관은 앞서 국정조사에서 “참사 뒤 바로 행안부를 재난안전관리 주관기관으로 정했다” “행안부가 주관기관인 경우 바로 중대본을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중대본은 참사 발생 4시간이 지난 새벽 2시30분 국무총리 주재로 가동됐다. 중수본은 설치되지 않았다.
국회 측이 “참사로 인한 희생과 피해가 계속 확대되고 있었는데 중대본·중수본 설치 운영이 전혀 안 됐고 재난안전관리 주관기관을 정하는 데만 3~4시간이 걸려 골든타임을 다 써버렸는데, 참사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묻자 김 본부장은 “그 상황에서 중수본이든 중대본이든 가동해도 저희가 했던 것과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관기관을 정하려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검토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장관 측은 “중수본과 중대본은 기능이 중복되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에선 중수본이 담당했어야 할 역할을 중대본이 한 게 아니냐” “재난안전법에는 ‘재난이 발생하면 중수본을 신속하게 설치·운영해야한다’고 하지만 언제면 신속한 것이고 어느 시간이 지나면 신속하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지 않은가”라고 물으며 국회 측에 맞섰다.
참사에 대응하는 장관의 지휘 권한 범위는…
증인으로 나온 두 사람은 이 장관이 참사와 관련한 구체적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긴급구조통제단장이 현장에서 긴급구조에 대한 판단을 잘못했을 때 이 장관에게 지휘 권한이 있는지, 참사 발생 직후 인파와 교통관리를 위해 경찰 기동대 등 인력을 신속하게 투입할 권한이 있는지,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해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지시할 권한이 있는지 등을 묻는 국회 측 질문에 이들은 모두 “법적으로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회 측이 “필요하면 지원도 하고, 다른 부처의 가용할 인력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재난안전법이 정한 장관의 권한으로 보이는데 그게 전혀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박 실장은 “행안부 장관이 (요청이 있으면 해당 기관에 연락해 협조하게 하는 등) 일반적 지시는 할 수 있지만, 현장 상황에 대한 구체적 지시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 측은 “지휘라는 것은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대해 어떤 특정 사항에 대해 결정을 이행하라는 명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협조와 다르다”며 “법적으로 (행안부 장관이) 경찰이나 소방을 지휘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이 장관 측은 참사 당시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는 입장이다.
‘이태원 참사가 피해가 확대된 이유로 인파 및 교통관리가 안 됐고, 경찰 및 유관기관과 공조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나’라는 국회 측 질문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수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다음달 13일 열리는 세 번째 변론기일에는 엄준욱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현 인천소방본부장)과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이 증언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