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도민들이 직접 결정” 서명서 제주지사에 전달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인정·요구해야 주민투표 실시 가능
과거 공항 강력 추진·윤 대통령 대선 공약…가능성 희박해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관계자들이 23일 오영훈 제주지사(오른쪽에서 세번째)에게 ‘제주 제2공항 주민투표 실시 촉구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단체가 제주도민이 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주민투표 실시에 동의하는 제주도민 서명지를 제주도에 전달했다.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는 23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만나 도민 1만3060명이 서명한 ‘제주 제2공항 주민투표 실시 촉구 서명지’를 전달하고, 주민투표 시행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해달라고 제주도에 요청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제주도민은 2021년 공론화 과정을 거친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 반대의사를 확인했다”면서 “다만 여론조사가 충분치 않다면 마지막 수단으로 주민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다음달 국토부에 제출할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안 의견서에 주민투표 시행 주장과 서명 결과 등을 함께 담을 예정이다. 오 지사는 “현재 문안 작업을 하고 있는데 찬성과 반대 입장을 국토부에 똑같이 전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다만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의 성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를 다룬 주민투표법 제8조를 보면 중앙행정기관장은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 실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책사업인 제2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주민투표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때 오 지사에게 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오 지사가 비상도민회의 의견을 받아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하더라도 원 장관이 들어주지 않는다면 투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원 장관은 제주지사 재임 시절부터 제2공항 건설사업 필요성을 강조했고, 공식적으로 정부에 추진을 건의했었던 만큼 주민투표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제2공항 조속 착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제주도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하자는 안도 나온다. 이 경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투표를 통해 얻은 도민 의견을 제주도가 국토부에 전달했을 때 찬반 어느 쪽이든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주민투표를 진행해 지역사회 갈등을 종식시키는 것이 최상의 안”이라면서 “그게 안 된다면 제주지사가 직접 실시해 그 결과를 국토부에 건의한 후 정책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기본계획안에 대한 각종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검증하는 방안을 제주도가 국토부에 요구해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공항 수요가 과잉 예측됐고 항공기와 조류 위험성은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