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모씨가 전투경찰에 의한 폭행으로 치료받았음을 확인한 경찰병원 의무기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전투경찰이 저지른 폭력으로 집회·시위 참가자의 고환이 파열된 사건에 대해 국가기관이 35년 만에 ‘인권침해가 맞다’고 판단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4일 제55차 위원회에서 ‘전투경찰에 의한 상해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건 신청인인 허모씨는 1988년 11월3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 B자동차 노동조합 홍보부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허씨는 시청역 인근에서 인파에 밀리다 전투경찰로부터 낭심을 가격당해 경찰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허씨는 병원에서 오른쪽 고환 파열 진단을 받고 다음날 인공 고환 삽입 수술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22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허씨는 상해를 입은 직후 경찰병원으로 후송됐고 병원은 수술 및 치료비용을 허씨에 청구하지 않았다.
진실화해위는 허씨의 영구적 신체 상해에 대해 경찰이 위로와 보상 조치 등 적절한 피해구제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경찰이 허씨에게 사과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사건 진실규명은 경찰병원에 남아있는 의무기록을 토대로 진행됐다. 의료법이 규정한 의무기록 보존기한은 10년이지만 허씨의 의무기록은 경찰병원에 남아있었고, 이것이 진실규명의 실마리가 됐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은 35년 전 발생한 사건으로, 조사 중 경찰병원에서 의무기록을 찾아내 제공해 주지 않았다면 자칫 진실규명이 불가능할 뻔했던 사건”이라며 “억울한 과거사실을 밝혀내 진실을 규명하는 데 관계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