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구의역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항상 구의역을 지납니다. 매일같이 다니는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마음이 참 표현하기 어렵네요.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현장실습생 김모군이 스러진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엔 사고 7년이 지난 26일에도 포스트잇이 나붙었다. 김군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이날 구의역에 모여 7주기 추모식을 열고 저마다의 다짐을 스크린도어에 붙였다. 국화꽃이 놓일 때는 김군을 달래는 바이올린 연주가 승강장을 메웠다.
서울노동권익센터 등은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추모식을 열고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다 사망하고 있다”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행사에는 이곳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박유진 서울시의원, 장길천 광진구의원 등 정치인들이 함께했다.
전 의원은 “(7년 전)오늘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이 부모님께 출근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선 뒤 돌아가지 못했다”면서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모든 예산과 정책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군이 나오지 않으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은하 노무사는 “위험은 자꾸 낮은 곳으로 흐르고 고인다”면서 “서울교통공사가 사람을 가장 저렴하게 부리려고 업무를 조각내 하청업체에게 뿌렸고, 그 결과 최저임금을 받는 김군이 가장 위험한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서 중대 재해를 방치한 자와 원청이 반드시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나리 정의당 광진구위원장도 “김군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것은 이윤보다 생명이 귀하게 여겨지는 안전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강력하게 만들어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추모식 참석자들은 추모발언을 마친 뒤 9-4 승강장 스크린도어 ‘추모의 벽’에 김군을 기리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흰 국화를 헌화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김승원씨는 애도곡 ‘천개의 바람의 되어’ 연주로 김군의 넋을 위로했다.
김군은 2016년 5월28일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김군은 서울메트로 외주용역업체 은성PSD의 계약직 직원이었다. 김군 가방에는 작업 공구와 컵라면, 숟가락, 나무젓가락 등이 들어 있었다. 숨진 다음 날은 그의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