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았던 노예선 반란 주역은 흑인 여성들…“살아남은 우리, 이겨냈다”

오경민 기자
[그림책] 수많았던 노예선 반란 주역은 흑인 여성들…“살아남은 우리, 이겨냈다”

웨이크
리베카 홀 지음·홍한별 옮김
궁리 | 236쪽 | 1만8000원

‘뉴욕’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화려하다. 자유의 여신상, 브로드웨이, 월스트리트 등. 세계적인 경제, 문화, 패션의 중심지인 이 거대 도시는 노예제와 노예무역을 밑거름으로 세워졌다. 변호사이자 역사학자인 리베카 홀은 뉴욕에 산다. 현대의 흑인은 노예제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울까? 그는 법정에 변호인으로 출석했지만 종종 피고석으로 안내받곤 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노예제를 연구한다. <웨이크>는 홀이 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발표한 글을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시킨 책이다.

홀은 곧장 벽에 부딪힌다. 흑인의 목소리를 기록한 사료가 없었다. 백인 남성이 쓴 기록들에서 흑인 노예들이 저항한 기록은 삭제돼 있었다. “우리의 존재나 생각은 무의미하다고 간주됐다. 우리의 말은 기록으로 남길 만큼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그림책] 수많았던 노예선 반란 주역은 흑인 여성들…“살아남은 우리, 이겨냈다”

1712년 뉴욕에서 있었던 노예 반란에 주목했다. 반란을 주도했던 흑인 여성 세라와 애비게일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한 명은 임신 중이라 형 집행이 미뤄졌으며 한 명은 처형당했다. 그는 누가 처형됐는지 알고 싶었지만 자료가 없었다. 여성 노예들은 기록 속에서 1, 2번 등의 번호, 혹은 ‘니그로 악마’ 등으로 서술될 뿐이었다.

1770년대 흑인 여성의 모습과 1990년대 홀의 모습이 그림 속에서 겹쳐진다. 과거 여성들이 유령이 되어 홀을 찾아오기도, 홀이 사건의 한가운데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휴고 마르티네스는 힘 있는 선과 생생한 표정의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누구도 찾지 않은 여성들의 존재를 되짚던 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여성 노예가 많을수록 반란이 많았다. “배를 통제하는 이들이 여성 노예를 대부분 사슬로 구속하지 않은 채 갑판 위에 뒀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들은 여성이 싸울 수 없다고 믿었다.

그는 끔찍한 노예제도에서 살아남은 흑인 여성의 계보가 자신에게 닿아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과거를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고 말한다. 과거를 직시하고, 과거를 자신과 세계의 일부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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