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책을 주제로 TV토론을 하기로 했다. 김 대표의 ‘식사 회동’ 제안에 이 대표가 ‘정책 대화’를 역제안했고, 양측이 지난 26일 TV토론 방식에 합의한 것이다. 구체적인 형식과 주제는 실무협의를 통해 조율하기로 했다. 사전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면 이르면 이번주에 성사될 것이라고 한다. 극한 대치 정국 속에서 여야 대표가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두 대표는 일대일로 정책 현안을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 두 사람 회동은 지난 3월 김 대표가 취임 인사차 이 대표를 예방한 것이 마지막이었고, 그마저도 의례적 만남이었을 뿐이다. 그간 여야는 오로지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하면서 대화·타협의 정치는 실종됐다. 국민의힘은 양당 대표의 TV토론 이외에 비공개 회담을 요구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부정적이라고 한다. 비공개 회담 문제로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다 정책 대화가 무산되어선 안 된다.
두 사람이 마주할 정책 현안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은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의 처리를 예고했다. ‘야당 단독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본회의 재의결 부결→폐기’라는 악순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여권은 심야 옥외 집회를 제한하는 집회·시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야당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드시 저지하려 한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 문제는 개정 시한이 지난달이었지만 양측이 여전히 손놓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와 정부 시찰단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야가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국민 건강에 직결된 사안이기에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안전 검증·동의 절차를 세워야 한다.
현안에 대한 여야 입장차는 확연한데 신뢰조차 바닥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여야 대표가 만나 국민적 관심사를 협의·논쟁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 여야는 이번 대화를 보여주기 쇼로 기획한 게 아니라면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여당은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해 목소리를 경청하고, 야당은 대여 공세의 장으로만 활용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여야는 민생 분야에서는 협치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오지 않았나. 여야 대표 대화가 민생·협치에 나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