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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오보, 그 이후가 중요하다

언론의 보도가 다수의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완전무결한 보도를 기대하지만 사실 그럴 수는 없다. 아쉽지만 그런 점에서 오보 발생을 막는 것 못지않게 오보 발생 이후 언론의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오보로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속한 정정 보도가 중요한 이유다. 또 진솔한 반성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자네트 쿡크 기자는 부모에 의해 마약을 하게 된 어린 ‘지미의 세계’라는 기사를 써서 퓰리처상 수상자가 됐다. 이에 부담을 느껴 거짓 기사임을 고백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옴부즈맨인 빌 그린에게 5쪽에 걸친 ‘자네트의 세계’라는 자기비판의 기사로 공개하도록 했다. 뉴욕타임스도 제이슨 블레어의 허위 기사에 반성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A4 용지 15쪽에 이르는 장문의 기사이며, 1면을 포함해 7개 지면에 걸쳐 내보냈다고 한다. 두 언론만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뢰받는 언론이라면 오보 자체도 적어야 하지만 오보 발생 이후 철저한 자기반성을 담은 기사로 조금이나마 피해를 구제하고 미래를 경계해야 한다. 그게 궁극적으로 오보를 줄이는 길이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던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인 양회동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자살했다. 현장에는 또 다른 간부 조합원 A가 있었다. 조선일보 기자는 이 조합원 A가 분신 시도를 말리지 않았으며 분신하는 동안 휴대폰 조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대응 자회사인 조선 NS 소속 기자가 쓴 것이며, 조선일보 지면에도 실렸다.

기사 제목은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이다. 기사는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양씨가 A 앞에서 시너를 뿌리는 것을 목격’했고, 양씨가 분신할 때 ‘A는 멀리 갔다가 곧 오열’했다고 썼다. 말리지 않았다는 의미를 전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A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양씨는 이미 시너를 몸에 뿌렸고, A가 분신을 말리라는 지부장의 전화를 받는 사이 양씨가 분신한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에도 당시 현장에 있던 YTN 기자의 경찰 참고인 진술 즉 ‘A가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인용돼 있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어긋나는 주장을 나열하기보다는 진실이 무엇인지 좀 더 취재하고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그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양씨의 유서 중 일부의 필체가 다르다며 유서 대필 의혹을 제기한 월간 조선의 보도까지 고려하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 민주노총을 보는 조선일보만의 특별한 시각이 작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국제법과학감정원의 감정에 따르면 필체는 동일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유서 필체가 다르다는 보도를 접하고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떠올렸을 것이다. 강기훈씨는 옥고를 치렀지만 재심을 통해 2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는 경찰 5명의 파이프에 맞아 죽었다. 이에 노태우 정권을 향한 격렬한 저항이 이어졌다. 그리고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조선일보의 기사와 월간조선의 기사는 무엇을 겨냥하고 있었을까.

건설노조는 악의적 오보를 주장하며 조선일보 기자와 이를 인용해 ‘노조가 죽음까지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한다’고 공격한 원희룡 장관 등을 고소 고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고소 고발 건이니 차후에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오보가 확인된 지금 조선일보의 행보가 궁금하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의 선례를 따를지 아니면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후안무치하게 버틸지.

어떻든 조선일보의 선택은 조선일보의 수준을 보여줄 것이다. 그런데 더 궁금한 것은 조선일보 내의 다른 기자들이다. 지금 어떤 심정일까? 해당 기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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